22일 잠실구장에서 있었던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플레이오프 4차전의 영웅은 단연 더스틴 니퍼트(34, 두산 베어스)였다. 니퍼트는 3일만 쉬고 나왔음에도 86구로 7이닝 동안 볼넷 없이 2피안타 6탈삼진 무실점 호투해 팀의 7-0 승리를 이끌었다.
니퍼트를 리드해준 양의지(28)의 공도 컸다. 2차전에서 나성범의 파울 타구에 오른발을 맞아 엄지발가락 미세골절 진단을 받은 양의지는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출전이 가능하지 않은 몸 상태였지만 불굴의 출전 의지를 보인 끝에 선발 출장했다. 포수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며 니퍼트와 이현승을 훌륭히 이끌고 이종욱의 도루를 저지한 것은 물론, 타석에서도 4타수 2안타로 힘을 보탰다.
몸이 괜찮아서 활약이 좋았던 건 아니었다. 경기 직후 공식인터뷰가 끝나고 만난 양의지는 타격과 주루 플레이, 수비를 할 때 중 언제 가장 통증이 심햐나는 질문에 "공, 수, 주 뭘 하든 다 아프다"라고 솔직히 말했다. 실제로 어떤 플레이를 하든 발에는 순간적으로 힘이 들어가기 쉽다. 통증이 없을 수가 없다. 양의지는 "이제 (같은 부위에) 한 번만 더 맞으면 끝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만큼 현재 아찔한 상황 속에서 뛰고 있다.

오른발을 보호하기 위해 처음에는 오른쪽 발등 부분에 패드를 넣고 스파이크를 신었다. 하지만 불편함을 느껴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다. 이에 대해 양의지는 "패드는 뺐다. 대신 신발 끈을 조금 느슨하게 맸다"고 밝혔다. 24일 마산에서 있을 5차전에서도 똑같이 하고 나올 계획이다.
평소의 푸근한 인상과는 다른 독한 부상투혼이다. 김태형 감독은 그의 5차전 선발 출장도 믿고 있다. 4차전이 끝난 뒤 김 감독에게 5차전에도 양의지가 뛸 수 있는지 묻자 "(본인에게) 묻지는 않았는데, 5차전도 문제 없이 나갈 것 같다. 부상인데도 뛴다는 것이 다른 선수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는 상황이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4차전에서 양의지가 보여준 과감한 투수 리드는 부상투혼보다 더 강력한 무기였다. 가장 상징적인 장면은 1회초 선두타자 박민우와의 승부였다. 스트라이크 2개를 먼저 잡아 유리한 볼카운트를 만든 니퍼트-양의지 배터리는 3구째에 곧바로 포심 패스트볼을 스트라이크 존에 꽂아 루킹 삼진을 이끌어냈다. 공격적인 리드를 통한 정면승부가 이뤄지며 니퍼트는 86구로 7이닝을 틀어막으면서 볼넷을 하나도 주지 않았다.
이는 양의지와 니퍼트의 뜻이 합쳐져 나온 의도적인 볼 배합이었다. 양의지는 "스트라이크를 던지게 할 생각이었는데 니퍼트도 같은 생각이었다. 2S라고 해서 바깥으로 완전히 빠져 앉으면 별 의미가 없다. 그런 일이 있으면 강인권 코치님도 평소에 '왜 자꾸 의미 없이 공을 빼느냐'고 말씀하신다"라고 전했다.
4차전 내내 이런 공격적인 리드는 니퍼트의 투구 수를 줄이고 아웃카운트를 빨리 잡는 데 도움이 됐다. "우타자 상대로 체인지업을 던지더라도 바깥쪽으로 빠져 앉지 않고 미트만 살짝 바깥쪽에 댔다. 바깥쪽으로 앉더라도 조금만 움직였다"는 것이 양의지의 설명이다.
양의지는 이어 "(경기 중에) 이호준 선배님께도 왜 그런지 여쭤봤는데, (적극적으로 승부를 했는데도) NC 타자들의 방망이가 안 나오더라"고 이야기했다. 2승 1패로 유리한 상황에 놓인 NC는 지나치게 신중했고, 니퍼트-양의지 배터리는 그 틈을 파고들었다. 부상투혼보다 더 독한 공격적 리드가 성공했다. /nic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