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런 헤인즈(34, 오리온)가 외국선수의 대명사 조니 맥도웰(44, 은퇴)의 아성을 넘는다.
헤인즈는 22일 고양체육관에서 개최된 2015-2016시즌 KCC 프로농구 2라운드서 34점을 폭발시키며 88-75 승리에 기여했다. 오리온스는 역대 최초로 첫 13경기서 12승을 거둔 팀이 됐다.
정규리그 통산 6956점을 기록한 헤인즈는 역대 1위 맥도웰의 7077점에 121점차로 근접했다. 헤인즈가 지금의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앞으로 5~6경기면 기록경신이 가능하다. 헤인즈는 이르면 11월 7일 KGC전 또는 8일 전자랜드전에서 신기록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맥도웰을 제치고 명실상부 역대최고 외인으로 우뚝 서는 순간이 된다.

▲ 교체전문 선수에서 득점왕으로
헤인즈는 2008-2009시즌 에반 브락의 대체선수로 삼성에 입단했다. 간간이 무섭게 득점이 터지긴 했지만 헤인즈는 테렌스 레더의 보조에 불과했다. 당시 ‘삼성 레더스’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레더가 리그를 평정하던 시절. 레더는 평균 27.5점, 11.3리바운드로 득점과 리바운드서 최초로 동시 1위에 올랐다. 헤인즈는 2인자에 불과했다. 깡마른 체형에 3점슛이 없다는 치명적 약점이 더 부각됐다.
기자는 헤인즈와 처음으로 했던 인터뷰를 기억한다. 2008년 12월 14일 전자랜드전에서 헤인즈는 10점, 4리바운드로 승리에 기여했다. 첫 홈경기서 가진 승리였기에 의미가 있었다. 당시만 해도 헤인즈에게 주목하는 기자가 아무도 없었다. 라커룸으로 향하는 헤인즈와 이야기를 나눴다. 승리에 너무 들뜬 헤인즈는 “올 시즌 끝까지 삼성에서 뛰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언제 교체될지 모르는 신세였기 때문이다. 그 때만 해도 자신이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가 돼서 8년 연속 한국에서 뛰게 될지 어찌 알았겠나.
재계약에 실패한 헤인즈는 2009-2010시즌 역시 교체로 모비스에 입단했다. 헤인즈는 처음으로 챔프전 우승을 맛보며 전 시즌 준우승의 한을 풀었다. 그 때도 브라이언 던스톤의 보조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어쩌다 경기의 흐름을 바꾸는 조커였다.

2010-2011시즌 친정팀 삼성으로 돌아온 헤인즈는 처음으로 1옵션을 맡아 득점본능을 뽐내기 시작했다. 평균 23.1점으로 득점왕에 올랐으나 재계약에 실패했다. 2011-2012시즌 LG서 27.6점을 올려 득점왕 2연패를 했다. 능력 있는 선수라는 점은 각인시켰다. 그러나 팀 성적이 따라주지 않았다. LG는 7위로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 ‘전설’ 헤인즈, 우승으로 끝맺을까
헤인즈는 2012년 SK에 입단하면서 명실상부 리그 최고선수 반열에 올랐다. 득점은 줄었지만 위기 때마다 경기를 매듭짓는 해결사로 거듭났다. 문경은 SK 감독이 작전시간마다 “애런! 애런!”을 찾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한국형 외국선수 헤인즈는 감독이나 동료가 무엇을 원하는지. 심지어 심판이 어떻게 하면 파울을 주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오랫동안 한국에서 뛴 경험이다. 맥도웰도 대단했지만, 말년의 그는 판정에 항의가 너무 많았다. 감독들은 헤인즈에게 ‘약았다’는 표현을 한다. 그만큼 헤인즈는 한국농구를 너무 잘 안다.
SK에서 헤인즈는 우승하지 못했다. 정규리그에서 우승하고 챔프전에 올랐던 2013년이 가장 좋은 기회였다. 하지만 SK는 치욕의 4연패를 당했다. 헤인즈는 11.8점, 3.3리바운드, 야투율 50%로 자존심을 구겼다. 그를 너무나 잘 아는 유재학 감독에게 당했다. SK는 헤인즈를 데리고 3년 연속 우승에 실패했다. 헤인즈로는 정규리그서 좋은 성적은 거둬도 우승은 할 수 없다는 ‘헤인즈 무용론’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올 시즌은 헤인즈가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절호의 기회다. 헤인즈는 외국선수 드래프트서 7순위로 오리온의 지명을 받았다. 앞 순위 구단은 대부분 장신선수를 뽑았다. 헤인즈의 기량을 알지만, 우승할 수 없다는 저평가였다. 헤인즈는 이를 보란 듯이 뒤집고 있다. 하지만 아직 만족은 없다. 헤인즈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챔프전 우승이다.

▲ 우승이 고픈 헤인즈, “개인기록 의미 없다”
Q: 1라운드 MVP를 받은 소감은?
“경기를 이겨서 기쁘다. 열심히 나와서 싸웠다. 감독님의 계획대로 싸웠다. 동료들에게 감사한다. 코칭스태프가 있어서 이길 수 있었다. MVP는 내가 잘한 것도 있지만, 동료들과 코칭스태프가 잘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줘서 가능했다. 동료들에게 감사한다”
Q: 초반 컨디션이 좋지 않았는데 경기를 뒤집을 수 있었던 비결은?
“긴 하루였다. 경기초반과 전반전까지 경기가 안 풀려도 경기전체를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던 대로 했다. 경기시작 전에 항상 라커룸에서 40분 동안 끝까지 싸우자고 이야기한다. 하프타임 때도 ‘아직 20분이 남았다’고 했다. 초반에 못해도 끝까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Q: 외국선수 정규리그 득점 1위가 얼마 남지 않았다. 기록을 깬다면 명실상부 역대최고 외국선수가 된다.
“지금은 사실 개인기록에 신경 쓰지 않고 팀 승리가 먼저다. SK시절에도 득점은 많았다. 항상 기록을 달성하면 팀에서 알려줘서 비로소 알게 됐다. 경기 들어가기 전에 안 적이 없다. 기록을 깬다면 팀이 역대최고출발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의미가 있을 것이다”
Q: SK시절과 지금의 오리온을 비교한다면?
“SK는 수비에서 좋았다. 최부경이 정말 열심히 수비했다. 김민수가 정말 마음 먹고 수비하면 수비가 좋았다. 두 선수에 비해 이승현이 더 낫다. 둘의 장점을 다 갖고 있고 둘이 보유하지 못한 패스워크나 득점 만드는 능력까지 갖고 있다. 훨씬 같이 하는 게 편하다”
Q: 이승현 합류 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정말 잘한다. 내 수비부담을 덜어준다. 나보다 힘이 세니 큰 선수를 잘 막는다. 몸이 강하고 압박을 강하게 건다. 패스도 잘하고 득점도 잘한다. 많은 것을 할 줄 아는 선수다. 4~5번에서 잘하고 있다. 아주 영리한 선수다”
Q: 모비스 시절에 우승을 해봤지만, 주역으로 우승한 적이 없었다. 올 시즌이 기회다.
“우승을 하면 정말 좋을 것 같다. 정말 오랫동안 우승을 못했다. 새로운 팀에 와서 우승할 수 있다면 더 좋을 것 같다” / jasonseo34@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