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원정 도박 의혹을 받고 있는 일부 투수들이 한국시리즈 엔트리에서 제외된 가운데 삼성 마운드의 무게감이 떨어졌다. 전력 약화를 우려하는 시선도 있지만 '찬스 뒤 위기, 위기 뒤 찬스'라는 야구계의 대표적인 속설처럼 마운드의 세대 교체를 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강팀이 되기 위해 마운드 구축은 필수 요건이다. 삼성은 탄탄한 마운드를 바탕으로 리그 최고의 강팀으로 군림했다. 기존 자원은 리그 최정상급이지만 삼성 왕조가 오랫동안 지속되기 위해서는 마운드의 새 얼굴이 나와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큰 위기가 도래할지도 모른다.
외부 영입보다 내부 육성에 주력 중인 삼성은 해마다 히트 상품을 배출시키고 있지만 투수보다 타자의 비중이 절대적이었다. 고졸 5년차 심창민이 아직까지 막내 신세를 면치 못하는 것도 삼성 마운드의 현실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삼성의 한 고참급 투수는 "주축 투수들이 빠지게 된 건 아쉽지만 누군가는 그 역할 해줘야 한다"면서 "뜻하지 않게 자리가 생겼는데 젊은 투수들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덕아웃에서 경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실력이 많이 는다"고 말했다.
정인욱은 한국시리즈 통산 5차례 등판을 통해 1승을 거뒀다. 평균 자책점은 4.26. 팀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건 아니었다. 주연보다 조연에 가까웠다. 정인욱은 이번 한국시리즈 때 선발진 합류 가능성이 높은 분위기다. 그는 자체 평가전에 두 차례 선발 마운드에 올랐다. 18일 2이닝 4피안타(1피홈런) 2실점(1자책)으로 흔들렸으나 22일 4이닝 4피안타 1실점으로 잘 막았다.
필승조의 한 축을 맡은 좌완 박근홍은 올 시즌 66차례 마운드에 올라 2승 2패 8홀드(평균 자책점 2.96)를 거뒀다. 지금껏 단 한 번도 한국시리즈를 경험하지 못했던 그는 이번 기회를 계기로 한 단계 도약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잇몸 야구'를 선언한 류중일 감독 또한 박근홍에게 거는 기대가 남다르다.
아직 한국시리즈 엔트리가 확정된 건 아니지만 조현근, 김현우, 백정현, 김기태 등 기대주들의 합류 가능성은 높다. 그만큼 예년보다 기회도 늘어날 전망이다. 한 고참급 투수는 "처음부터 잘했던 투수는 없다. 컨디션에 따라 많이 달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주축 투수들이 빠져 전력 약화를 우려하는 걸 잘 알고 있다. 우리는 위기에 처할수록 더 강해진다". 삼성 투수들의 한결같은 반응이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며 통합 5연패와 마운드의 세대 교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까.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