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닛산 맥시마, ‘스포츠’로 날고 ‘세단’으로 달리는 ‘4DSC’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15.10.23 11: 04

4DSC. 풀어서 쓰면 ‘4 Door Sports Car’다. 닛산이 3세대 맥시마에 붙인 수식어다. ‘문이 4개 달린 스포츠카’, 문이 4개가 달려 있어 세단처럼 보이지만 본질은 스포츠카라는 의미이다.
‘최고급 스포츠 세단’을 표방하는 닛산의 8세대 맥시마(Maxima)가 아시아에서는 가장 먼저 우리나라에서 최근 선을 보였다. 이 같은 배려에는 한국닛산의 고무적인 정책적 배경이 있다. 2014년 55%라는 기록적인 성장을 한 한국닛산이 ‘닛산 브랜드’ 강화의 원년으로 2015년을 꼽았기 때문이다. 한국닛산은 ‘8세대 맥시마’를 새로운 플래그십 모델로 삼아 또 한차례 도약을 꿈꾸고 있다.
8세대 맥시마는 닛산의 플래그십이다. “유럽 브랜드 중심의 국내 고급 세단 시장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게 맥시마를 들여오는 한국닛산의 슬로건이다. 그런데 8세대 맥시마는 ‘스포츠 세단’이다.

‘스포츠’와 ‘고급 세단’은 국내 시장에서의 관념에서 보면 대체로 상충하는 개념이다. 고급 세단은 전통적 개념의 안락함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맥시마는 ‘스포츠카 지향의 고급 스포츠 세단’이라는 영역을 개척하는 의미도 갖추고 있다.
이런 탓에 북미에 공급 되는 맥시마에는 ‘4DSC’라는 스티커가 차창에 또렷하게 붙어 있지만 국내에 들여오는 차량에는 은밀한(?) 장소에 숨어 있다. 양 헤드램프 커버에 ‘4DSC’가 새겨져 있다. 이 글귀는 시선 각도가 잘 맞아야 알아 볼 수 있다.
1981년 닛산의 플래그십 세단으로 탄생한 맥시마는 1989년 3세대에 이르러 ‘4DSC’의 개념을 적용한다. 이전 세대보다 퍼포먼스를 강화해 ‘컴포트 모드’와 ‘스포츠 모드’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개념은 어디까지나 퍼포먼스에 한정 된 개념이었다.
이번 8세대 맥시마는 퍼포먼스 뿐만 아니라 디자인까지 ‘스포츠카’에 가깝게 변신했다. 기함(플래그십)을 표방하는 차의 디자인이 저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진보적이다. 2014년 북미오토쇼에서 최초로 공개한 스포츠 세단 콘셉트(Sports Sedan Concept)를 거의 그대로 실차에 살려 버렸다. 가장 진보적인 플래그십은 이렇게 탄생했다.
첫 눈에 맥시마는 기하학적이고 다분히 만화적이다. 당장이라도 트랜스포머가 돼 하늘을 날기라도 할 듯하다. 그릴에 두드러진 ‘V 모션’은 로봇 마징가의 심벌인 ‘V’ 마크를 떠올리게 하고 ‘V’의 연장선은 보닛의 볼드선과 연결 돼 강렬한 역동성을 준다. 양 헤드라이트는 부메랑 모양의 LED 시그너처로 장식 돼 날카로움을 더하고 있다.
또한 옆면에서 보는 캐릭터 라인은 지붕 라인을 뒤집어놓은 것처럼 흘러간다. 루프라인과 캐릭터 라인을 합쳐 놓으면 운전석을 중심으로 유려하게 빠져나가는 공기 흐름을 연상케 한다.
운전석은 운전자를 중심으로 각종 조작 장치들이 시중들기를 대기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 닛산에 따르면 개발 초기 미국 플로리다에 있는 블루 엔젤스 해군기지를 방문해 제트기의 실내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센터페시아는 운전자쪽으로 7도가 기울어져 운전자를 바로 보고 있다. 스티어링 휠은 D컷으로 디자인 돼 스포츠카의 이미지를 강조했고 시트 바닥과 허리는 격자형으로 박음질 된 다이아몬드 퀄팅으로 쾌적함을 추구했다.
퍼포먼스는 3.5리터 6기통 VQ엔진을 개선해 최고출력 303마력, 최대토크 36.1kg.m을 가능케 했다. 기존 모델 대비 61%의 부품을 재설계해 진동과 소음을 줄이고 퍼포먼스를 강화 했다. 변속기는 닛산이 강점으로 갖고 있는 차세대 엑스트로닉 CVT를 장착했다.
영종도 일대를 돌아보는 시승코스에서 인솔자들은 맥시마가 갖고 있는 두 가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애를 썼다. 스포츠카의 역동적인 퍼포먼스와 세단의 안락한 주행성능이다. 두 가지 상반 된 역량을 보여주기 위함이라면 영종도가 갖춘 지형이 안성맞춤이다. 고속도로처럼 쭉 뻗은 해안도로가 있지만, 살짝 방향만 꺾으면 곧바로 한적한 시골길이 나온다.
303마력 엔진에 엑스트로닉 CVT, 파워트레인의 두 가지 핵심 요소가 맥시마가 추구하는 상반 된 지향점을 뒷받침했다. 스포츠카의 미덕은 303마력의 강력한 엔진으로 실현했고, 세단의 정숙한 주행은 차세대 엑스트로닉 CVT가 이끌었다.
2000rpm 언저리의 고요한 움직임은 순식간에 5000rpm 내외의 폭풍 같은 질주로 변한다. 단순히 ‘반응속도가 빠르다’는 표현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싶을 정도다. 진화 된 CVT가 부릴 수 있는 재주다. 고정 된 기어비가 없어 가속에 따라 가장 맞는 변속으로 응대해 준다. 변속 때면 그 어떤 바늘보다도 활발하게 움직이는 rpm 게이지가 ‘펄펄 살아 있음’을 보여주는 듯하다.
전륜구동이지만 네 바퀴가 땅을 물고 있는 악력은 사륜구동 못지않다. 엔진의 힘이 4바퀴에 고르게 물려 간다는 느낌은 운전석에서도 느낄 수 있다. 닛산은 전방 스트럿 구조를 변경하고 리어 서스펜션에는 ZF Sachs사의 모노튜브 댐퍼를 적용해 사륜구동 느낌의 전륜구동을 만들어 냈다. 인터체인지 같은 급격한 코너링에서는 뒷바퀴가 밀어주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와이드 앤 로우(Wide & Low)로 표현 되는 스포츠 세단의 콘셉트도 안정감을 주는데 한 몫했다. 이 콘셉트는 특히 뒷모습에서 두드러지는데, 이전 세대 대비 전장을 54mm 늘리고 전고는 30mm 낮춘 결과 바닥에 납작 엎드린 스포츠카의 뒷 형상을 만들어냈다.
바로 앞 차량은 물론 그 앞 차량의 속도와 거리를 감지해 위험 시 경고를 주는 전방 충돌 예측 경고 시스템(PFCW, Predictive Forward Collision Warning), 전방 비상 브레이크(FEB, Forward Emergency Braking), 운전자 주의 경보(DAA, Driver Attention Alert), 후측방 경고(RCTA, Rear Cross Traffic Alert), 사각 지대 경고(BSW, Blind Spot Warning), 어라운드 뷰 모니터(AVM, Around View Monitor) 등은 플래그십에 어울리는 안전 기술들이며 보스® 프리미엄 오디오 시스템(BOSE® premium audio system), 주행 시 발생하는 소음을 상쇄시켜주는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ANC: Active Noise Cancellation)은 최고급 세단에 어울리는 편의 시설들이다.
복합연비 9.8km/l(도심연비 8.5km/l, 고속도로 연비 12.1km/l)의 최상위 ‘플래티넘(Platinum)’ 트림의 국내 판매 가격은 4,370만 원이다.
영종도를 한 바퀴 돌고 목적지에 도달해 맥시마를 다시 봤다. 처음의 낯섦이 없어졌다. 낯설게 만나 이야기를 나눌수록 매력에 빠져들게 만드는 그런 스타일이다. /100c@osen.co.kr
[사진] OSEN DB 및 한국닛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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