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5] 첫 KS 꿈꾸는 '히든 가을 男' 이현승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5.10.24 05: 54

숨겨진 가을사나이 이현승(32, 두산 베어스)이 한국시리즈 진출을 위한 또 한 번의 역투를 준비한다.
마무리로 가기 전까지 김태형 감독이 가장 믿고 있다고 했던 좌완과 우완인 함덕주, 노경은이 최소 한 차례씩 흔들린 상황에서 이현승은 두산 불펜 최후의 보루였다. 3일 쉰 더스틴 니퍼트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던 4차전을 앞두고 김 감독은 "이현승이 빨리 나와 최대 3이닝까지 던질 수 있다"고 말하며 신뢰를 드러냈다.
그리고 이현승은 벤치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다. 2이닝 동안 안타 3개와 몸에 맞는 볼 하나를 내주고 2루 견제 실책까지 범했지만 실점은 없었다. 스스로의 힘으로 위기를 탈출했던 8회초에는 아웃카운트 3개를 모두 삼진으로 만들어냈다. 물러서지 않는 정면승부가 만든 짜릿한 결과였다.

지난해까지 소속팀이 포스트시즌에 오른 것이 단 두 번(2006 현대, 2010 두산)에 불과했고, 한국시리즈에 오른 적이 없어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이현승은 숨겨진 가을사나이였다. 1승 2세이브로 MVP를 수상한 이번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 4차전 기록까지 합하면 그는 포스트시즌 통산 14경기에서 2승 2세이브, 평균자책점 0.57(15⅔이닝 2실점 1자책)을 찍은 특급 좌완이었다.
두산 유니폼을 입은 첫 해인 2010년 플레이오프에서 남긴 인상도 강렬했다. 당시 이현승은 팀이 치른 5경기에 모두 등판해 7이닝을 소화하며 5피안타 11탈삼진 3볼넷 2실점(1자책) 호투했다. 특히 5차전에선 손시헌의 끝내기 실책으로 두산의 한국시리즈 진출이 좌절되기는 했으나 이현승의 3⅔이닝 1피안타 7탈삼진 1볼넷 무실점 쾌투는 아직도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
지난 4차전을 앞두고 이현승은 이전까지 등판 기회가 없었던 것에 대해 "(상황이) 안 되는 것을 어쩌겠나"라고 아쉬워하면서도 "마음은 완투도 가능하다"는 말로 얼마든지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4차전에서도 니퍼트가 호투한 덕분에 김 감독이 최대치로 제시했던 3이닝보다는 짧은 2이닝만 맡았지만,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배짱은 이현승이 가진 최고의 무기다. 알고도 공략할 수 없는 강속구를 지니지도 않았고, 리그를 대표하는 마구를 가지고 있지도 않지만 그는 어떤 타자를 만나도 물러서지 않고 빠른 볼카운트에 승부를 걸어 아웃카운트를 추가한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1이닝만 던지는 마무리와 달리 8회에 나와 4명 이상을 처리하고 거둔 세이브도 많았다.
가을이 다가올수록 그는 점점 강해졌다. 9월 이후 11경기 평균자책점 1.84로 난공불락이었다. 4차전 이전까지 주위에서 본 유일한 불안요소는 실전감각이었다. 그러나 4차전에 나와 위기와 자신의 실책까지 이겨낸 2이닝 역투가 이런 불안가지 지웠다. 5차전 등판도 확실시되는데, 이현승이 늦게 나올수록 두산의 한국시리즈 진출 가능성은 높아진다. 5차전 승리를 이끌면 첫 번째 한국시리즈 무대의 문도 열린다. /nick@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