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어로즈와 JT, '윈윈'인가 '최악수'인가
OSEN 고유라 기자
발행 2015.10.24 05: 53

서울히어로즈프로야구단(이하 히어로즈)가 일본계 금융기업 J트러스트와 메인스폰서 계약을 추진 중이라는 소식이 야구계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히어로즈 구단 측은 지난 23일 "J트러스트와 메인스폰서 계약 협상을 마무리지어가고 있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협상이 거의 끝난 상황. 세부 사항을 조율하고 메인스폰서 계약이 확정되면 히어로즈는 2016시즌부터 다른 이름을 쓰고 유니폼에도 J트러스트의 이름을 새기게 된다.
히어로즈는 지난 2010년부터 6년 동안 넥센타이어와 메인스폰서 계약을 맺어왔다. 두 기업은 재원 확보, 그리고 이미지 및 인지도 향상 면에서 '윈윈 효과'를 거뒀으나 이번 시즌을 마지막으로 헤어졌다. J트러스트는 넥센타이어에 비해 약 2배 이상을 지원할 것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고척돔으로 이사를 준비해야 하는 넥센에는 실용적인 이득이다.

넥센타이어는 히어로즈를 후원하면서 인지도 향상에서 많은 효과를 본 것으로 전해졌다. J트러스트는 특히 최근 고소영을 광고 모델로 파격 발탁했다가 해지되는 소동이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 최근 한국에서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히어로즈 스폰서 계약도 그 일환으로 보인다.
히어로즈는 이전보다 더 많은 재원을 마련하며 더욱 수월하게 구단을 운영할 수 있고 그룹은 이미지 개선이 가능하다. 프로배구의 사례에서 보면 OK저축은행이 러시앤캐시라는 이름으로 구단에 메인스폰서 계약을 맺었을 당시부터 반대 여론이 거셌으나 지난해 창단 첫 해 우승을 차지하면서 그룹 이미지가 확 바뀌었다.
문제는 J트러스트의 성격과 한국 프로야구 문화다. KBO는 올해 타이어뱅크를 메인스폰서로 삼기 전 한 저축은행과의 협상도 리그 품위 하락 문제를 들어 접은 바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J트러스트가 최근 대부업 계열사들을 매각했지만 부정적 이미지는 당분간 벗기 힘들다는 점에서 히어로즈에는 그 영향이 그대로 전해질 수 있다.
히어로즈 선수단이 유니폼에 그 이름을 새기고 경기에 나선다면, 아무리 주주가 아니라 스폰서의 역할에 국한돼 있다고 해도 중계방송과 각종 언론을 통해 팀의 이미지가 형성되는 것은 막기 힘들다. 금융지주회사법상 금융기관이 프로스포츠단을 소유할 수 없는 것도 고객의 돈으로 스포츠를 운영하지 말라는 취지인데 일본계 제2금융권이라면 그 거부감은 더욱 클 것이 분명하다.
히어로즈는 당장 더 많은 재원을 얻겠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미지가 하락할 경우 80여 개의 다른 스폰서들과의 관계도 고려해야 한다. 보수적 성향의 KBO 다른 회원사들 역시 논란을 가져오는 이런 계약을 반길 리 없다. 또 그 동안 많은 상품을 구매한 팬들은 당장 '넥센 히어로즈'가 새겨진 물품들을 어떻게 처분해야 할지가 문제다.
모든 상업적 관점을 차치하고 어린이에게 꿈을 줘야 한다는 슬로건과 정반대의 위치에 있는 것이 일본계 금융기업의 현재 이미지다. 히어로즈는 그동안 수 차례 프로야구계에 돌을 던져왔다. 그동안은 '생존'을 위한 것이었고 몇 가지는 결과적으로 성공한 것도 있다. 이번에도 새로운 논란을 가져온 히어로즈. 팀을 있게 하는 것이 팬인지 스폰서인지의 기로에 서 있다. 둘 다 선택할 길은 없는 것일까. /autumnbb@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