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신외인, 결국 언더사이즈 빅맨이 답인가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5.10.24 06: 33

올 시즌 다시 도입된 단신 외국선수제도에 각 팀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KT 대 SK전은 단신빅맨의 위력을 유감없이 보여준 경기였다. 부산 KT는 23일 부산사직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 KCC 프로농구 2라운드서 서울 SK를 103 대 84로 크게 이겼다. 나란히 6승 8패를 기록한 두 팀은 공동 7위가 됐다.
SK는 데이비드 사이먼이 허리부상으로 빠졌다. 3주 진단을 받은 사이먼은 대체선수가 필요한 상태다. 문경은 감독은 가드 드워릭 스펜서를 선발로 투입했다. 김민수, 이승준, 이동준이 골밑에서 어느 정도 버텨줄 것으로 기대했다. 결과적으로 수준급 국내빅맨이 아무리 많아도 제대로 된 외국선수 한 명이 있는 것이 나았다.

스펜서는 1쿼터에 14점을 퍼부으며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소화했다. 문제는 스펜서 혼자 농구할 수 없다는 점이다. 마커스 블레이클리는 2쿼터 11점, 4리바운드, 1블록슛으로 골밑을 평정했다. 이승준과 김민수는 2쿼터 도합 리바운드 하나를 건졌다. 192.5cm의 블레이클리를 아무도 제어하지 못했다.
외국선수 2명이 동시에 뛰는 3쿼터에 격차가 확 벌어졌다. 전반전까지 42-37로 앞섰던 SK는 3쿼터 무려 33점을 실점하며 무너졌다. 코트니 심스(8점, 3리바운드)와 블레이클리(9점, 4리바운드, 5어시스트, 2스틸)가 3쿼터만 17점, 7리바운드, 7어시스트를 합작했다. 이는 SK가 3쿼터 올린 17점, 4리바운드, 5어시스트보다 많은 기록이다. 결국 SK는 올 시즌 한 경기 최다 103점을 허용하며 대패를 당했다.
스펜서는 39점, 8어시스트, 3스틸로 대폭발했다. 그는 8개의 3점슛 중 5개를 넣었다. 더 이상 잘할 수 없을 정도로 맹활약했다. 하지만 승리는 어마어마한 기록을 낸 블레이클리(30점, 17리바운드, 8어시스트, 4스틸, 2블록슛)를 보유한 KT였다. 이기기 위해 블레이클리 같은 선수가 훨씬 더 필요했다.
단신외국선수가 빅맨이면 장신빅맨과 교대로 쓰며 체력을 아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장신선수가 갑작스런 부상을 당해도 단신이 어느 정도 골밑에서 버텨줄 수 있다. 10개 구단 중 단신선수를 빅맨으로 뽑은 모비스와 KT는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블레이클리(평균 11.2점 7.4리바운드, 8위)와 커스버트 빅터(평균 15.8점, 6.8리바운드, 9위)는 제한된 출전시간에도 불구, 리바운드 10위 안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문태영과 리카르도 라틀리프가 빠졌음에도 모비스는 리그 2위다.
반면 SK나 전자랜드처럼 장신선수가 부상을 당한 팀은 답이 없다. 아무리 알파 뱅그라와 스펜서가 많이 득점을 해도 이기지 못하고 있다. 스펜서는 올 시즌 한 경기 최다득점 2위인 39점을 넣고도 졌다. 뱅그라 역시 15일 삼성전에서 37점으로 분투했지만 패배를 맛봤다. 단신외국선수가 문제를 일으켜 교체를 단행한 동부와 LG가 나란히 최하위권에 있는 것도 깊은 연관이 있다.
KBL이 단신외국선수제도를 도입한 것은 화려한 볼거리를 늘리고, 평균득점을 올리기 위한 취지다. 실제로 180cm의 조 잭슨이 경기 중 화려한 덩크슛을 구사하는 등 단신선수들은 보는 맛이 있다. 관중들도 열광하고 있다.
문제는 ‘테크니션’ 단신선수를 보유한 팀이 성적이 좋아야 이 제도가 유지될 수 있다는 점이다. 선두 고양 오리온 오리온스 정도로 국내선수가 탄탄하지 않으면 가드형 외국선수를 제대로 써먹기는 쉽지 않다. 안드레 에밋과 리카르도 포웰을 보유한 KCC도 하승진이 힘을 못 쓰면서 크게 흔들리고 있다.
지금처럼 ‘언더사이즈 빅맨’들이 강한 존재감을 발휘한다면 다음 시즌 타 팀들도 ‘맥도웰형 선수 찾기’에 집착할 가능성이 높다. 과연 테크니션을 보유한 구단들이 성적잡기에 성공할 수 있을까. / jasonseo34@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