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 두산 감독은 코치 시절부터 준비된 감독으로 이름을 날렸다. 야구를 보는 눈은 물론 빼어난 리더십도 공히 인정받는 지도자였다. 그런 김태형 감독의 앞에는 종종 ‘리틀 김경문’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다녔다. 김경문 감독의 성향과 비슷하다는 평가 때문이었다.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같이 한 기간이 워낙 길었다. 신인 때는 하늘과 같은 선배였고, 베테랑이 됐을 때는 코치였다. 그리고 코치가 됐을 때는 감독이었다. 그래서 그럴까. 선수단을 휘어잡는 방식이나 추구하는 야구가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태형 감독도 이를 부인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리틀 김경문’에 안주할 수는 없는 법. 그 첫 걸음은 24일 운명의 승부에 달려 있다.
NC와 두산은 24일 마산구장에서 플레이오프 5차전을 갖는다. 4차전까지 2승2패로 팽팽히 맞선 두 팀은 최종전에서 승자를 가린다. 2차전에서 나란히 호투했던 재크 스튜어트와 장원준이 다시 출격하는 가운데 총력전이 예상돼 승부가 쉽게 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런 승부일수록 벤치의 지략이 큰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두 감독의 작전 적중, 투수 교체 흐름에 따라 경기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두 감독 모두 “야구는 선수들이 하는 것”이라며 벤치 비중을 그렇게 크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순간의 과감한 선택이 팀을 승패를 가를 수 있다는 것은 이번 플레이오프에서도 유감없이 드러난 바다. 김경문 감독은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했지만 초보 감독인 김태형 감독의 뚝심도 만만치 않았다. 그 결과가 지금의 2승2패다.
김태형 감독은 1차전에서 1회 번트보다는 과감한 런앤히트 작전으로 초반 2득점에 성공하며 NC의 기를 죽였다. 김경문 감독은 2차전 8회에서 페이크 번트 앤 슬래시, 런앤히트, 스퀴즈 등 신들린 작전을 연이어 적중시키며 멍군을 불렀다. 3차전에서는 타선을 조정한 김경문 감독의 전략이 완벽하게 맞아 떨어졌다면, 4차전에서는 무사 1,2루에서도 강공을 선택한 김태형 감독의 정면돌파가 NC의 마운드를 무너뜨렸다. 지략 대결도 엄청났던 셈이다.
이제 마지막 5차전에 몰린 두 팀으로서는 선발 라인업부터 경기가 끝날 때까지의 모든 아웃카운트가 소중하다. 매 순간이 치열한 두뇌 싸움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물론 작전을 수행하는 선수들의 몫이 가장 크다고는 볼 수 있다. 다만 승부처에서 경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을 결정하는 이는 감독이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감독이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진다. 김태형 감독이 산전수전을 다 겪은 김경문 감독을 상대로 확실한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