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평의 야구장 사람들] 약물-도박-SNS 음해-대부업체 등장--프로야구 위기
OSEN 천일평 기자
발행 2015.10.24 07: 56

초등학교 5년생인 손자는 용인 수지 리틀야구단에 가입해 일주일에 두번씩 열심히 훈련하고 있습니다.
 
얼마전 삼성의 주축 투수 3명의 해외 원정 도박 파문이 일어나 해당 선수가 누군지 궁금할 때 우리 집에 놀러 온 손자는 누구 누구라고 정확히 말하더군요. 손자는 야구하는 친구들은 모두가 안다고 해 ‘어린이들도 입소문이 참 빠르구나’라며 놀랬습니다.

 
2015KBO 리그는 10구단 kt 위즈가 탄생해 외형적으로 풍성하게 진행됐습니다. 리그 경기수도 역대 최다로 많아졌고 처음 실시된 와일드카드 제도로 인해 메르스 영향을 제치고 정규 시즌 역대 최다 관중 736만명이야구장을 찾아 2012년의 716만명을 넘어섰습니다.
 
그러나 시즌 중반부터 터진 각종 악재 때문에 KBO 리그는 이미지에 커다란 흠집이 났습니다.
지난 6월에는 한화 강타자 최진행이 금지 약물 복용으로 야구계를 떠들썩하게 했습니다. 본인은 고의성이 없다고 하지만한국프로야구위원회(KBO)는 약물을 근절 시키기 위해 역대 최고인 30경기 출전 정지 처분을 내렸습니다.
매년 끊이지 않는 음주운전 사고도 발생해 LG 투수 정찬헌과 베테랑 내야수 정성훈은 시즌 아웃 징계를 받았고 KBO는구단 자체 징계와 상관없이 엄중한 처벌을 내렸습니다.
낯뜨거운 사태도 발생했습니다. kt 포수 장성우는 선수들,코칭스태프 몇몇에 관한 입에 담기 어려운 추문과 악담을 그의 전 여자친구에게 늘어놓았고 이 내용이 전 여자 친구에 의해 SNS로 공개됐습니다.  모 선수의 임신설 등이 실렸는데 성적 수치심 폭로글과 관련해 피해를 입은 롯데의 유명 박기량 치어리더는 장성우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습니다.
 
장성우는 나흘이 지나서야 kt 구단을 통해 사과문을 올렸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여기에 kt 투수 장시환의 전 여자 친구도 SNS에 비슷한 내용의 또 다른 폭로글을 올려 진위 여부를 떠나 프로야구 전체 선수들과 kt 구단,KBO에 먹칠을 했습니다.
 
최고의 파문은 삼성 선수들의 수억원대 해외 원정 불법 도박 파문입니다. 삼성은 지난 2008년에도 선수들의 도박 사이트 베팅으로 이미지에 타격을 받았는데 이번에는 마카오에 가서 도박을 한 혐의를 받고 입어 충격이 큽니다.
 
삼성 구단은 김인 사장이 지난 10월 20일 대구시민운동장에서 긴급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라이온즈 야구단은 최근 소속 선수의 도박 의혹과 관련해 물의를 빚은 점에 대해 프로야구를 사랑하는 팬들과 국민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의혹을받고 있는 선수들에 대해 한국시리즈에 출전시키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삼성의 주축 투수이자 대표팀 명단에도 나란히 승선한 해당 3명의 선수들은 지난해 말과 올해초 마카오에서 도박을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것입니다.  KBO도 오는 11월에 열리는 ‘프리미어 12’대회에 선발된 이들에 대해 “해당 선수들의 경우 명단 교체를 고려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넥센 히어로즈 구단이 지난 23일 올 시즌을 끝으로 타이어 기업 넥센과 메인 스폰서십을 종료하게 됐고 새롭게 협상을 벌이고 있는 곳은 일본계 저축은행인 J트러스트 라고 밝혀 프로야구계와 팬들이 술렁이고있습니다.
 
J트러스트는 일본에서 카드사업에 주력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대부업을 중심으로 사업하다가 최근 저축은행으로 선회했습니다.  J트러스트의 대표적인 한국 진출 기업은 친애저축, JT저축은행, JT캐피탈, 티에이자산관리대부등입니다.
 
히어로즈 구단 측은 "대부업체가 아니다. 저축은행과 구분해주길 바란다. 대부업체라면 논의 자체를 주고 받지 않았을 것이다" 라고 말하고 있으나 연 34.9%에 달하는 법정 최고 상한 금리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히어로즈는 대기업을 모기업으로 끼고 있지 않아 구단 운영에 어려움이 있으나 그동안 국내 중소기업을 스폰서로 해 스타 플레이어를 배출한 KBO 인기구단이 됐습니다.
 
태생적으로 일본계 대부업체와 네이밍 스폰서십 체결이 임박했다는 사실에 대해 KBO는 상당히 곤혹스러워하고 있습니다. 프로야구가 1982년 출범 당시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걸었던  구호가 위협받게 된 것입니다.
 
대부분의 국내 구단들도 히어로즈구단이 J트러스트 그룹과 손을 잡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갖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KBO규약상으로는 히어로즈 구단이 J트러스트 그룹과 네이밍 스폰서십 계약을 맺는 것에 대한 제한은 없습니다.  하지만 KBO 이사회나 총재의 권한을 통해 제동을 걸 수 있는 여지는 남아 있습니다.
KBO 관계자는 "KBO리그 전체의 품위와 가치를 생각한다면 솔직히 히어로즈가 재고를 하면 좋겠다"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KBO는 "다른 스포츠는 되는데 야구는 왜 안되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프로야구는 국민스포츠로 성장했다. 미치는 영향이 크다"라면서 "팬들의 반응이나 정서를 감안해야 한다"라고 일단 밝히고 있습니다.
국민스포츠가 된 프로야구가 올해 각가지 이미지 손상 사안으로 출범 34년만에 최대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OSEN 편집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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