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기록보다는 팀 동료의 승리가 날아가는 것이 가장 괴로웠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올 포스트시즌에서 아직까지 그런 일은 나오지 않고 있다. 혼신의 역투를 펼친 두산 마무리 이현승(32)이 한국시리즈 진출의 일등공신으로 등극했다.
이현승은 24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NC와의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6-4으로 앞선 7회 무사 1루에서 등판, 3이닝 동안 1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 역투를 선보이며 팀의 한국시리즈행을 이끌었다. 가히 한국시리즈행 자물쇠라고 할 만했다.
상황은 여유롭지 않았다. 0-2로 뒤진 4회 양의지의 솔로홈런으로 1점을 만회한 두산은 5회 타선이 상대 선발 재크 스튜어트를 완벽히 무너뜨린 끝에 5점을 뽑아 6-2로 도망갔다. 하지만 5회 1점을 내준 것에 이어 6회에는 지석훈에게 솔로포를 맞고 2점차까지 쫓겼다. 여기에 선발 장원준이 7회 선두타자 김종호에게 볼넷을 허용하며 분위기가 요상하게 돌아갔다.

하지만 이현승은 이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라 상대 중심타선을 틀어막으며 두산을 구해냈다. 나성범을 포수 파울플라이로 요리한 이현승은 테임즈와는 슬라이더 승부를 벌여 4구만에 헛스윙 삼진을 이끌어냈다. 스트라이크 카운트가 모두 헛스윙이었다. 이어 이호준도 중견수 뜬공으로 잡아내고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쳤다.
8회에는 1사 후 손시헌의 우익수 앞 안타 때 민병헌의 슬라이딩 캐치가 무위로 돌아가며 오히려 2루타를 허용했다. 그러나 이날 홈런을 쳤던 지석훈을 중견수 뜬공으로 요리했고 이어 대타 모창민을 2루수 땅볼로 돌려세우고 흔들림없는 모습을 과시했다. 이렇게 NC 타선과의 기싸움에서 완벽히 승리한 이현승은 나머지 아웃카운트 세 개도 침착하게 정리하며 마지막에서 활짝 웃었다.
보통 마무리 투수는 1이닝을 소화하기 마련이다. 급박한 상황이라도 아웃카운트 5개가 넘어가는 일은 드물다. 신체적 리듬도, 경기 대비도 그렇게 설계되어 있다. 그러나 팀이 중요한 상황에 놓이자 김태형 감독은 이현승 카드를 주저 없이 꺼내들었다. 그리고 “이닝과 피로도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의욕을 불태웠던 이현승은 그런 기대에 완벽하게 부응하며 동료들과 한국시리즈 진출을 자축했다.
준플레이오프부터 팀에서 절대적인 몫을 하고 있는 이현승이다. 사실 두산은 선발진에 비해 중간계투진이 다소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팀에서 가장 믿을 만한 셋업맨인 함덕주가 다소 부진한 상황에서는 더 그렇다. 이현승이 조기 등판할 수밖에 없는 부담스러운 상황이 됐는데 이현승은 아무 내색 없이 팀의 승리를 지키고 있다.
이현승은 준플레이오프에서 3경기에서 3이닝을 던지며 1승2세이브 평균자책점 0을 기록했다. 넥센 강타선을 상대로 팀의 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뤄냈다. 그리고 플레이오프 2경기에서도 많은 이닝을 잡아먹었다. 4차전에서는 선발 니퍼트에 이어 곧바로 8회에 마운드에 올라 2이닝을 무실점으로 버텼다. 그리고 5차전에서는 현대야구에서는 보기 드문 3이닝 마무리로 한국시리즈 진출까지 견인했다. 가을 들어 8이닝 무실점 역투다. /skullboy@osen.co.kr
[사진] 창원=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