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튼이 달을 가렸다. 초보 같지 않은 초보가 베테랑을 잡은 명승부였다.
5차전까지 진행된 이번 플레이오프는 시작 전부터 두산 베어스 김태형 감독과 NC 다이노스 김경문 감독의 지략 대결로도 큰 관심을 모았다. 사제지간이기도 한 두 사람의 승부에서 승자는 후배 김태형 감독이었다. 두산은 24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NC에 6-4 역전승을 거두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1차전부터 4차전까지 양 팀 감독의 숨 막히는 승부가 계속됐다. 1차전은 완봉으로 경기를 지배한 더스틴 니퍼트와 멀티홈런을 터뜨린 민병헌을 앞세워 두산이 쉽게 가져갔다. 하지만 2차전은 재크 스튜어트와 장원준의 투수전 속에 지석훈에게 기가 막힌 페이크 번트 앤 슬래시를 지시한 김경문 감독의 기발한 작전이 빛났다.

3차전과 4차전은 선수들이 했다. 3차전에 NC 타선이 활화산 같이 터지며 두산 마운드를 맹폭했고, NC는 한국시리즈 진출에 단 1승만을 남겼다. 하지만 두산에는 니퍼트가 있었다. 3일만 쉬고 나온 니퍼트는 4차전에서도 7이닝 무실점으로 절정의 호투를 선보였고, 두산의 승리로 4차전이 끝나며 양 팀의 시리즈는 5차전으로 넘어갔다.
5차전에서는 김태형 감독이 2차전에 당한 패배를 되갚았다. 두 번의 과감한 결단이 승리를 가져왔다. 뒤지고 있다 2-2 동점을 만든 5회초 무사 2루 허경민 타석에서 역전을 위해 번트를 대지 않고 강공으로 간 것이 5회초 5득점의 바탕이 됐다. 6-4로 앞선 7회말에는 선발 장원준이 선두 김종호를 볼넷으로 내보내자 곧바로 마무리 이현승을 투입하는 초강수를 뒀다. 이현승은 남은 3이닝을 혼자 책임져 벤치의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했다.
반대로 김경문 감독은 5차전 머리싸움에서 졌다. 3회초 선두 오재원의 2루타를 시작으로 5회초 무사 만루에 김현수에게 2타점 2루타를 맞고 강판되기 전까지 아웃카운트 6개를 잡는 동안 장타 5개를 얻어맞은 재크 스튜어트의 교체 타이밍이 늦었던 점이 뼈아팠다. 승부처 앞에서 두산은 과감했고, NC는 너무 뒤를 생각했다.
경기 전 덕아웃 분위기도 꽤 상반됐다. 큰 경기를 앞둔 긴장감 탓이었는지 김경문 감독은 상당히 말을 아꼈다. 초보 사령탑이라던 김태형 감독은 반대였다. 오히려 약간 웃음기 있는 표정까지 보이며 마음 속에 적지 않게 자리하고 있었을 긴장을 쉽게 드러내지 않았다.
이러한 두 감독의 마음가짐은 작전 구사와 용병술, 승부처에서의 선택에서 그대로 나타났다. 정규시즌과 준플레이오프를 통해 경험을 쌓은 김태형 감독은 마지막 승부에서 두 번의 용단으로 감독 생활 10년이 넘는 김경문 감독을 제압했다. 화려한 커튼이 달을 뜨기도 전에 가려버렸다. /nick@osen.co.kr
[사진] 창원=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