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5] 나성범 등판, 김경문의 마지막 메시지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10.24 17: 43

근래 들어 한국프로야구에서 좀처럼 보기 드문 일이 벌어졌다. NC 외야수 나성범이 투수로 등판했다. “팬 서비스 차원에서 고려할 수 있다”라던 김경문 NC 감독이 마지막 순간 움직였다. 단순한 팬 서비스를 넘어, 여러 가지 의미를 담았다고 볼 수 있다.
나성범은 24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4-6으로 뒤진 9회 2사에서 투수로 나섰다. 이날 선발 우익수로 출전해 9회 2사까지 외야에 있던 나성범은 임창민의 뒤를 이어 투수로 나섰다. 마산구장이 갑자기 뜨거워졌다. 평소에 보지 못했던 광경에 많은 팬들이 박수를 쳤다. 연습 투구 때는 공 하나하나마다 탄성이 나왔다.
이에 두산은 로메로를 대타로 투입해 좌전안타를 뽑아냈다. 그러나 나성범은 흔들리지 않았다. 최고 147㎞의 강속구를 던지며 오재원을 3루수 땅볼로 잡아냈다. 바깥쪽으로 계속된 빠른 공 승부에 오재원도 쉽게 손을 대지 못했다. 결국 나성범은 아웃카운트 하나를 정리하고 9회 수비를 마쳤다. 9회 공격에서 마지막 타자가 되며 아쉬움을 남겼지만 깜짝 등판은 많은 이들을 놀라게 하기 충분했다.

나성범은 이번 플레이오프를 앞둔 자체 연습경기에서 투수로 나서며 관심을 모았다. 나성범은 연세대 시절 투수로 활약했던 경력이 있다. 프로에서는 김경문 감독의 권유를 받아들여 타자로 전향했지만 투수에 대한 아쉬움은 있었다. 이에 김경문 감독은 엔트리 활용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투수 나성범’ 비밀병기를 준비했다. 그리고 5차전 마지막 순간 등판했다.
그렇다면 김경문 감독의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김경문 감독은 미디어데이 당시 “중요한 순간은 아니고, 점수차가 많이 벌어진 상황에서 팬 서비스 차원에서 투입할 수 있다”라는 식의 발언을 했다. 어찌 보면 팀의 마지막 경기가 될 수 있는 상황에서 팬들에게 좋은 볼거리를 선사해 약속을 지켰다고 볼 수 있다. 나성범의 등판은 마산 팬들의 아쉬움을 조금은 달랠 수 있는 이벤트였다.
자칫 "경기를 포기한다"라는 인상을 줄 수도 있었지만 나성범이 실점하지 않아 이런 논란도 잦아들 수 있었다. 여기에 두산 쪽도 크게 기분 나빠 할 이유는 없었다. 이미 김경문 감독이 미디어데이에서 나성범 투입에 대한 계획을 설명했다. 이 설명으로 어느 정도 양해는 구한 상황이라고 봐야 한다. 예상보다 빡빡한 상황에서 등판이기는 했지만 어쨌든 이긴 두산도 보기 드문 광경에 기분 좋은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9회 2사에서 나성범이 두산 타선을 막아내면 2점을 뒤지고 있는 팀 분위기가 살아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을 법했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나성범을 이렇게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도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나성범은 내년에도 외야수로 뛰겠지만, ‘투수 나성범’의 여운은 당분간 마산에 남을 듯하다. /skullboy@osen.co.kr
[사진] 창원=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