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가 한국시리즈 문턱에서 주저앉았다. 그것도 마산 홈에서 무릎을 꿇었다. 그래도 '투수' 나성범의 투구는 마산 팬들의 아쉬움을 달랬다.
NC는 24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두산과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4-6으로 패했다. 시리즌 전적 2승3패로 패하며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2년 연속 하위팀에게 업셋의 희생양이 됐지만 당초 예상을 웃도는 성적으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
특히 이날 김경문 감독은 팬들과 약속을 지켰다. 플레이오프 전부터 NC는 자체 평가전에서 나성범을 3차례나 투수로 기용하며 화제를 모았다. 실전경기에서의 투입 가능성이 주목받았는데 김경문 감독은 "우리가 시즌 끝나는 경기에 팬서비스 차원에서 나성범이 분명 마운드에 오를 것이다"고 예고했다.

이날 5차전이 바로 그 무대였다. NC가 4-6으로 뒤진 9회초 2사 주자없는 상황. 투수 임창민이 내려가고 우익수 나성범이 마운드로 올라왔다. 패색이 짙은 상황에서 마산 팬들은 나성범의 깜짝 투수 등판에 환호를 보냈다. 지금껏 전혀 볼 수 없었던 진귀한 장면이었다. 야수의 투수 출장은 포스트시즌을 통틀어도 최초의 일이었다.
나성범은 연습 투구부터 예사롭지 않은 공을 뿌렸고, 마산 팬들은 열화와 같은 환호로 들끓었다. 그러자 두산은 좌타자 최주환 대신 우타자 데이빈슨 로메로를 플레이오프 시리즈 들어 처음 투입됐다. 나성범은 초구로 148km 속구를 던졌으나 몸쪽 높게 들어갔고, 로메로가 좌전 안타로 연결시켰다.
하지만 좌타자 오재원을 상대로 초구 146km 속구를 던져 스트라이크존에 꽂았다. 오재원은 나성범의 빠른 공에 감탄하며 놀라워했다. 이어 2구째 146km 속구에 파울로 반응한 오재원은 3구째 147km 속구를 밀어쳤으나 3루 땅볼로 아웃됐다. ⅓이닝 1피안타 무실점. 투구수는 4개였고, 모두 직구였다. 그것도 140km대 후반 강속구라 더욱 놀라웠다.
경기 후 NC 김경문 감독은 "팬들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 올렸다. 던지는 것 보니까 원포인트로 써도 되겠더라. 내년에 생각해보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두산 김태형 감독도 "공을 보고 깜짝 놀랐다. 괜히 김경문 감독님께서 준비한 게 아니더라"고 인정했다.
비록 NC는 9회말 2점차를 극복하지 못하며 패배로 아쉬움을 삼켰다. 그래도 NC의 2015시즌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책임진 '투수' 나성범의 강렬한 4구는 팬들의 마음을 달랬다. 대학 시절 최대어 투수였던 나성범의 공이 아직 죽지 않았음을 확인한 무대였다. /waw@osen.co.kr
[사진] 창원=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