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 초짜라던 김태형, 알고보니 타짜였다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5.10.25 06: 00

2015 시즌 KBO리그에는 5명의 신임 사령탑(두산 김태형, SK 김용희, 한화 김성근, KIA 김기태, 롯데 이종운)이 있었다. 마지막 스테이지인 한국시리즈만 남은 현재 아직도 생존한 신임 감독의 팀은 김태형 감독이 이끄는 두산 베어스밖에 없다.
김 감독은 지난해 6위에 그쳤던 두산을 정규시즌 3위에 올려놓았다. 시즌 전 FA 장원준 영입이라는 전력 경화 요소가 있었지만 대신 외국인 선수들이 정규시즌에 제 몫을 해주지 못했다. 그러나 이현호를 비롯한 군 제대선수들, 허준혁을 비롯해 지금껏 주목받지 못했던 선수들이 득세하기 시작한 것이 미래에 대한 투자의 결실로 나타났다.
포스트시즌 들어서는 같은 실수를 두 번 반복하지 않는 정확한 판단으로 정규시즌 2위 NC를 제압했다. 5차전 혈투 끝에 6-4로 승리해 3승 2패로 시리즈를 가져가 한국시리즈에 오른 두산은 2015 시즌 최종 순위에서도 2위를 확보했다. 선배 사령탑인 김경문 감독과의 자존심 대결에서도 승리했다.

초보 감독이라 했지만 흐름을 읽는 눈은 정확했다. 두산은 5회초 2-2를 만든 뒤 무사 2루에서 허경민에게 번트를 지시하지 않고 강공을 선택해 빅 이닝을 만들고 6-2로 달아날 수 있었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분위기가 우리쪽으로 분위기가 왔기 때문에 번트를 대면 맥이 끊길 것 같아서 밀어붙였는데 운이 좋았다"라고 답했다. 당시 두산은 재크 스튜어트르 상대로 계속 장타를 치고 있었고, 흔들리는 투수를 맞아 불필요한 아웃카운트 소비 없이 몰아붙인 것이 효과적이었다.
경기를 거듭할수록 확실한 투수 위주로 기용한 것이 승리로 이어졌다. 1승 2패로 몰리자 더스틴 니퍼트를 냈는데, 당시 이현호를 4차전 선발로 점찍었던 두산은 3차전 도중 크게 밀리자 급히 선발을 변경했다. 3일만 쉰 니퍼트를 선발로 쓴 것은 의외의 결정이기도 했다. 김 감독 역시 "무리였다"고 솔직히 말했다. 5차전에서는 6-4로 추격당하고 7회말 무사 1루 위기에 빠지자 마무리 이현승에게 아웃카운트 9개를 맡긴 것도 성공적이었다.
조급함이 없는 모습도 선수들의 분발을 불렀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준플레이오프부터 치르면서 지친 모습도 보였는데, 2점을 준 뒤 편하게 하라고 했다. 분위기는 좋았다. 좋은 결과로 이어져서 다행이다"라고 전했다. 지면 시즌이 끝나는 경기에서 0-2로 뒤졌을 때 감독이 급해지지 않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는 냉정함을 유지한 채 선수들에게 '편안함'을 주문했고, 이것이 먹혀들었다.
경기 전 긴장도를 따져봐도 김 감독의 첫 플레이오프는 합격점이었다. 적장인 김경문 감독이 5차전을 앞두고 다소 경직된 상태에서 말을 아꼈던 것에 비해 김 감독은 여유가 있었다. 오히려 취재진의 질문이 이어지다 잠시 끊기자 "내가 말을 좀 해야 하는데 해놓고 결과가 안 좋으면 어떡하나"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이번 포스트시즌에 나타난 김 감독의 특징은 빠른 학습효과, 그리고 과감성이다. 모두가 초보 감독이라는 점을 우려했지만 승부 과정을 살펴보면 타짜 기질이 다분했다. 경험을 통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김 감독이 한국시리즈에서 류중일 감독과 펼칠 지략대결도 기대를 모은다. /nic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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