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가 진통 끝에 외야수 손아섭에게 포스팅 도전 우선권을 주기로 했다. 롯데는 25일 손아섭의 포스팅(공개입찰) 요청을 수락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올 시즌 초부터 메이저리그 도전 의사를 밝혀왔던 손아섭은 시즌 종료 후 곧바로 구단에 공식 요청했다. 황재균이 이후 같은 의사를 밝혔지만, 구단은 개인성적·팀 기여·KBO 위상·미디어 평판 등을 기준으로 손아섭에게 먼저 기회를 주기로 했다.
구단은 손아섭의 포스팅 요청을 한국시리즈 종료 직후 하기로 결정했다. 절차는 다음과 같다. KBO가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손아섭의 포스팅 사실을 알린다. 그러면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4일 동안 30개 구단에 이 소식을 알리고 비공개 입찰을 받는다. 그러면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이 소식을 KBO에 전달하게 된다. 여기에는 구단명은 없고, 포스팅 액수만 제공된다.
그러면 구단은 4일 내에 이 금액을 받아들일지 거부할지 결정해 KBO에 알려줘야 한다. 만약 롯데가 받아들이면 손아섭은 그로부터 30일 동안 해당 구단과 교섭을 하게 된다. 구단이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자동적으로 손아섭의 메이저리그 진출은 무산되며 구단은 약속대로 황재균을 포스팅 시장에 내놓을 것이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한국시리즈 7차전 종료일은 11월 3일이다. 만약 롯데가 11월 4일 손아섭의 포스팅을 요청한다면, 이르면 11월 11일 메이저리그 사무국으로부터 금액을 통보받는다. 이 금액을 롯데가 받아들이면 손아섭은 해당 구단과 30일동안 협상을 벌이게 된다. 만약 12월 10일까지 협상을 마치지 못한다면 손아섭의 메이저리그 진출은 무산된다.
손아섭은 올 시즌이 끝난 뒤 기초 군사 훈련을 받아야 한다. 작년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면서 병역혜택을 받았고, 11월 23일 팀 동료 황재균과 함께 훈련소에 입소한다. 퇴소날짜는 12월 13일이다. 구단이 밝힌 일정대로라면 교섭기간 종료일에 손아섭은 훈련소에 있게 된다. 메이저리그 구단과 교섭을 벌이는 건 에이전트가 할 일이지만, 협상이 마무리되면 선수 본인이 미국으로 가서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또 메디컬 테스트를 거쳐야 한다.
즉 손아섭은 11월 11일부터 23일까지 고작 열흘 남짓동안 계약을 마무리지어야 하는 것이다. 게다가 손아섭은 이번에 프리미어 12 대표로 선발됐는데, 대표팀이 만약 결승전까지 치르면 11월 22일 귀국한다. 8강에서 탈락해도 11월 17일 귀국이며 4강에서 탈락하면 11월 21일 귀국이다. 메이저리그 구단과 합의를 한다고 해도 사인을 할 시간 자체가 없는 것이다.
물론 손아섭의 포스팅 금액이 낮게 나와 메이저리그 구단과 협상 테이블조차 차리지 않게 된다면 날짜상으로 문제가 없다. 그렇지만 계약과 관련된 날짜를 잡을 때에는 모든 변수까지 고려해야만 한다. 선수가 시장에 나가서 메이저리그 구단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지는 미지수지만, 롯데는 선수가 물리적으로 계약서에 사인조차 할 수 없는 일정을 잡아서 발표했다.
문제는 손아섭뿐만이 아니다. 손아섭의 메이저리그 진출이 좌절됐을 때 황재균이 곧바로 시장에 나가게 된다. 황재균 역시 시간적 여유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포스팅 일정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cleanup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