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포스트시즌에 나가지 못하며 ‘월드시리즈 챔피언’의 자존심을 구긴 샌프란시스코가 대형 선발 투수 영입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역시 그 중 하나로 잭 그레인키(32, LA 다저스)가 거론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와 관심이 모인다. 하지만 다저스 측도 그레인키를 잡을 것이라는 전망이라 라이벌의 장외대결이 흥미로워졌다.
미 스포츠전문매체인 ESPN의 컬럼니스트이자 메이저리그(MLB) 소식통인 버스터 올니는 25일(이하 한국시간) “수많은 관계자들이 샌프란시스코가 그레인키 영입을 위해 진지하게 움직일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라며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샌프란시스코가 이번 오프시즌의 가장 큰 목표로 강력한 ‘원투펀치’ 구축을 첫 손가락에 뽑고 있다는 것은 이미 여러 차례 보도된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레인키는 샌프란시스코의 영입 리스트에 오를 만한 선수다.
그레인키는 올 시즌 리그 최고의 투수 중 하나였다. 32경기에 선발로 나가 222⅔이닝을 던지며 19승3패 평균자책점 1.66이라는 발군의 성적을 냈다. 캔자스시티 시절이었던 2009년에 이어 두 번째 사이영상 수상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런 그레인키는 올 시즌 뒤 자유의 몸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2013년 시즌 전 다저스와 6년 1억4700만 달러의 계약을 맺은 그레인키는 올 시즌 뒤 옵트아웃(잔여연봉을 포기하고 자유계약 신분을 획득)을 선언할 수 있다.

그레인키의 잔여 연봉은 3년간 7100만 달러이며, 이는 연 평균 2300만 달러가 넘는다. 당연히 그레인키는 다시 5~6년의 장기 계약을 노릴 것이며 금액을 환산하면 최소 5년 기준 1억2000만 달러가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1억5000만 달러를 예상하는 미 언론도 있다. 하지만 샌프란시스코는 현재 선발진 보강이 필요하며 그레인키 영입은 가장 확실한 대안 중 하나라는 평가다. 지갑을 열기로 한 만큼 적극적인 투자도 예상된다.
올니는 “만약 그레인키를 영입한다면 샌프란시스코의 선발 로테이션은 이론적으로 범가너, 그레인키, 마이크 리크, 제이크 피비, 맷 캐인이 포함될 것이며 크리스 헤스턴을 포함한 젊은 투수들이 깊이를 더할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샌프란시스코는 팀 허드슨이 은퇴를 선언했으며 팀 린스컴의 향후 거취도 불투명해 선발진 보강이 필요한 팀이다. 자금력도 있다는 점에서 그레인키나 데이빗 프라이스(토론토)와 같은 대형 FA 영입에 나설 것이라는 추측이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샌프란시스코의 이런 바람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그레인키를 노리는 팀이 하나는 아니기 때문이다. LA 지역 언론은 당장 현 소속팀인 다저스 또한 그레인키를 눌러 앉히는 데 관심이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옵트아웃 후 재계약 선수의 전례가 썩 좋지는 않았지만 당분간은 정상급 성적을 낼 수 있다는 계산 때문이다. 신체적 능력보다는 완급 조절과 제구력, 그리고 신체에 비교적 무리가 덜 가는 체인지업을 활용하는 그레인키의 미래를 비교적 밝게 보는 것이다.
다저스 또한 그레인키가 나가면 클레이튼 커쇼의 짝이 마땅치 않다. 류현진과 브랜든 매카시는 수술로 올 시즌을 날렸다는 부담이 있고 나머지 선수들도 ‘2선발급’ 선수들로 보기는 어렵다. 그레인키를 놓치면 어차피 FA 투수를 또 영입해야 할 공산이 큰데, 그럴 바에는 그레인키를 잡는 것이 낫다는 계산을 내릴 수도 있다. 그레인키 또한 시즌 종료 후 “다저스는 최고의 프랜차이즈”라면서 잔류에 대한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서부 해안 최고의 라이벌 팀이 그레인키를 놓고 쟁탈전을 벌일지 관심이 모아진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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