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야구팬이라면 어찌 우커송 야구장을 잊을 수 있을까. 그리고 아마야구 최강 쿠바와 가진 베이징 올림픽 결승전을 잊을 수 있을까. 너무나 극적이었던 결승전 마지막을 장식한 건 정대현(37,롯데)이었다. 정대현은 9회말 3-2 1사 만루에서 등판, 유니에스키 구리엘로부터 병살타를 유도해 경기를 끝냈다.
대한민국 야구대표팀에 큰 족적을 남긴 선수들이 많지만, 정대현의 이름도 결코 빼놓을 수 없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처음으로 성인대표팀에 합류했던 정대현은 굵직했던 대회에는 꾸준히 참가하며 존재감을 뽐냈다. 그리고 2015년 11월, 일본과 대만에서 열릴 프리미어 12 대표팀에도 당당하게 이름을 올렸다.
15년 전 대학교 4학년으로 성인 대표팀에 첫 데뷔를 했던 정대현은 이제 대표팀 최고참 선수가 됐다. 야구팬들은 정대현이 대표팀에서 보여줬던 활약을 잊지 않고있다. 한편으로는 올 시즌을 앞두고 받은 팔꿈치 수술때문에 후반기에야 첫 등판을 했던 정대현이었기에 너무 무리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대표팀 소집일은 26일. 보통 하루 전날 서울로 이동하기 마련인데, 정대현은 25일 사직구장에서 한창 벌어지고 있는 마무리훈련에 모습을 드러냈다. 가볍게 그라운드에서 몸을 푼 뒤 불펜에서 공을 던지며 실전감각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모두 대표팀 합류를 위한 준비과정이다.
아직 서울에 안 올라갔냐는 질문에 정대현은 "공을 던져야해서 왔다. 서울은 내일 오전에 올라갈 예정이다. (16일 소집 후) 계속 야구장에 나왔다"면서 "지금은 공을 던져야 할 시기다. 어차피 예년이었어도 공만 안 던졌을 뿐 계속 운동을 했을 시기"라고 설명했다.
대표팀에는 정대현이 필요하다. 그의 풍부한 경험, 그리고 독특한 투구폼과 구위는 여전히 위력적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동안 부상과 수술로 고생했기에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래도 정대현은 "대표팀 발탁은 선수가 결정할 문제는 아니다. 그래도 불러주시니 감사하다. 시즌 때 많은 걸 보여주지 못해서 기대도 안 했고, 1차 엔트리에 들고 놀랐는데 정말 대표팀까지 승선하게 될 줄은 몰랐다"며 웃었다.
정대현은 "점점 태극마크에 무게가 느껴진다"고 했다. "베이징 까지는 단지 '재미있다. 마음 편하게 공 던지면 되는 것이다'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이후에는 부담이 되기 시작하더라"고까지 말했다. 이유는 "내 공이 약해졌기 때문이다"면서 "그래도 이번 대회는 컨트롤과 구질을 만들어서 내 할 일만 하겠다는 생각"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그래도 정대현은 자신감으로 무장하고 있다. 그는 "불펜투수가 대표팀에 합류하는 건 생각보다는 큰 부담은 안 된다. 야수, 선발투수는 몰라도 난 괜찮다. 오히려 시즌 때 공을 너무 많이 던지면 불펜투수들은 구위가 떨어진다. 잘 쉬면 구위가 좋아지는데, 올해 난 많이 안 던졌다. 오히려 (시즌이 끝났으니) 오늘 불펜에서 던진 공이 시즌 때보다 더 좋았다"고까지 말했다.
이번 대표팀은 메이저리그 선수단의 합류 불발, 국내파 선수들의 부상등을 이유로 완전한 전력을 꾸리지 못했다. 대표팀 맏형 정대현 역시 "대표팀 전력이 약하다는 이야기가 많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인정한다. 하지만 정대현은 "대표팀은 당일 컨디션이 중요하다. 경기는 어느 팀이든 연달아 하기 때문에 그날 컨디션과 몸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후배들에게는 "'내가 대표팀에 뽑혀도 되나'라는 생각까지 하는 선수가 있을지 모른다. 그렇지만 스태프들이 각자 장점을 봤으니 뽑은 것이다. 팀에 필요없는 선수는 없다. 그러니 내가 가진 만큼만 보여준다는 생각으로 공을 던지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대표팀 정대현 하면 역시 구리엘이 생각난다. B조에 속한 대한민국은 A조 쿠바와 만나기 위해 최소 8강에는 나가야 한다. 그러면 이들의 재대결이 성사될 수 있다. 그래도 정대현은 담담하게 "누가 나오든 난 길게 던지는 스타일은 아니다. 만약 구리엘을 만나도 똑같이 던지면 된다. 1이닝 정도 던지니 만날지 모르겠지만, 별 의미 없다"고 말했다. /cleanup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