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에서 팀 운명을 짊어진 외국인 투수들이 제 몫을 해줄 수 있을까.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는 26일 한국시리즈 1차전을 시작으로 우승을 향한 치열한 경쟁을 펼친다. 1차전에서 삼성은 외국인 투수 알프레도 피가로를 선발로 내세웠고, 두산은 토종 좌완 유희관을 등판시킨다. 기선 제압을 위한 중요한 맞대결. 류중일 삼성 감독은 “잘 던져줄 것”이라며 피가로에 대한 믿음을 보였다. 두산은 플레이오프 4,5차전에서 선발 등판했던 더스틴 니퍼트, 장원준에 이어 유희관을 출격시킨다.
삼성은 1선발로 나서는 피가로에 대한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올 시즌 삼성은 피가로-윤성환-차우찬-타일러 클로이드-장원삼으로 이어지는 선발진을 꾸렸다. 윤성환은 가장 많은 30경기에 등판해 팀 내 최다승인 17승(8패)을 수확했다. 평균자책점도 3.76으로 좋았다. 내구성으로 보나 구위로 보나 명실상부 에이스였지만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했다. 에이스를 잃은 채로 한국시리즈에 나서야 하는 삼성이다.

따라서 피가로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 피가로는 올 시즌 25경기에 등판해 13승 7패 평균자책점 3.38을 기록했다. 시즌 막판에는 어깨가 좋지 않아 많은 경기를 소화하지 못했다. 그러나 자신의 마지막 등판(3일 목동 넥센전)에서 7이닝 무실점 완벽에 가까운 피칭으로 건재함을 과시했다. 류 감독도 25일 미디어데이에서 피가로에 대해 “회복이 많이 됐다”며 기대감을 표했다.
아울러 정규 시즌 선발 차우찬이 불펜 임무까지 수행해야 하는 상황이기에 남은 선발 투수들의 어깨가 무겁다. 피가로가 1차전 기선 제압, 그리고 이후 경기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 또 다른 외국인 투수 타일러 클로이드는 후반기 부진했으나 한국시리즈에서 제 모습을 찾아야 한다. 두산도 유희관에 이어 니퍼트-장원준으로 이어지는 선발진이 만만치 않기 때문. 불펜에서 셋업맨-마무리가 빠진 상황이기에 선발 투수의 이닝 소화 능력이 중요하다.
두산에선 니퍼트가 핵심 카드다. 니퍼트는 플레이오프 2경기에 등판해 16이닝 무실점으로 2연속 선발승을 따냈다. 팀이 1승 2패로 위기에 몰린 4차전에서 3일 휴식 후 등판했지만 86구를 던지며 팀의 7-0 완승을 이끌었다. 두산은 플레이오프에서 선발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다. 니퍼트 외에도 장원준이 2경기서 13이닝 4실점으로 호투했기에 한국시리즈에 진출할 수 있었다. 이현승을 제외하면 불펜 카드가 불안하기 때문에 선발 투수들의 에이스급 피칭이 필요하다.
니퍼트는 준 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를 통해 전성기 시절 보여준 구위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올 시즌 부상으로 주춤했다. 그렇게 강했던 삼성을 상대로도 4경기서 1승 1패 평균자책점 4.34으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나 포스트시즌에서 살아나고 있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알 수 없다. ‘삼성 킬러’의 면모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니퍼트의 임무.
니퍼트는 27일 한국시리즈 2차전에 선발 등판할 것으로 보인다. 4일 휴식 후 등판이기 때문에 이전에 비하면 부담이 덜하다. 그러나 추후 일정까지 고려한다면 니퍼트의 활용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두산으로선 플레이오프 때처럼 등판 때마다 승리를 기록해주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다. 여러모로 중요한 양 팀 외국인 투수들의 활약이다. /krsumin@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