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 실패는 없다는 다짐이다. 유희관(29, 두산 베어스)이 마지막 무대인 한국시리즈에서 부진 탈출을 노린다.
정규시즌에 18승을 올렸던 유희관은 포스트시즌에 들어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는 4이닝 7피안타 3탈삼진 3볼넷 3실점해 패전투수가 됐고, NC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도 2⅓이닝 6피안타 1탈삼진 4실점하고 패했다. 2년 전 가을과는 상반되는 부진이다.
두산은 유희관을 한국시리즈 1차전 선발로 내정하고 부활을 기대하고 있다. 로테이션에 따라 1차전 선발이 됐지만, 첫 경기 선발투수의 중요성은 말할 필요가 없다. 특히 이번 시리즈에서 선발로 두 번 나올 수 있어 부활이 절실하다. 김태형 감독도 25일 미디어데이에서 "유희관이 잘 해줘야만 시리즈가 재미있어질 것 같다. 각오도 남다른데, 평소에 하던 대로 한다면 잘 던질 것이다. 우리 키 플레이어는 유희관이다"라고 말했다.

미디어데이에 앞서 있었던 사전 인터뷰에서 유희관은 자신이 좋은 피칭을 보이지 못한 이유를 나름대로 분석했다. 평소보다 제구에 더 신경을 쓴 것 같다는 말에 유희관은 "그런 것도 있고, 점수를 안 주려다 보니 본연의 모습을 잃었던 것 같다. 맞혀 잡고 수비를 믿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하다 보니 투구 수도 많아졌다"고 답했다.
투구 간격도 길어진 느낌이 있었다. 이에 대해서는 "(포스트시즌이) 처음도 아니고 긴장을 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NC엔 잘 뛰는 타자들이 많아 타이밍을 빼앗으려고 해서 그랬던 것 같다"고 밝혔다. 박해민을 비롯해 삼성에도 빠른 선수는 많지만 최근 경험은 도움이 될 수 있다.
플레이오프와 비교해 달라질 부분은 몸쪽 투구다. 정규시즌 유희관은 높낮이보다는 좌우 존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타자들을 제압했다. 몸쪽에도 적극적으로 던져야 하지 않겠냐는 물음에 유희관은 "그래야 할 것 같다. 전체적으로 NC 타자들이 타석에 붙어서 바깥쪽을 공략하더라"고 이야기했다. 볼 배합의 기본은 바깥쪽이지만, 홈 플레이트 가까이 다가오는 타자를 막는 코스는 역시 몸쪽이다.
한국시리즈 준비 과정에 있어 달라진 것은 없다. "똑같다. 체력적인 부담도 없었다. 오히려 나 때문에 불펜 투수들의 체력 부담이 생겼다. 구위도 문제는 없다. 오히려 세게 던져서 구속이 빨라져 맞는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며 유희관은 농담을 던지는 여유까지 보였다.
그의 원정 룸메이트는 함덕주다. 같은 방을 쓰는 두 좌완의 어깨에 두산의 우승 여부가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희관은 "덕주가 잘 해야 될 것 같다. 삼성에 좌타자가 많으니 (이)현승이 형으로 가기 전까지 덕주가 해줘야 한다. 방에서 덕주하고 잘 하자는 이야기도 많이 했다"는 말로 선전을 약속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nic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