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도 없는 친구 사이지만 승부의 세계에서 우정은 잠시 접어둬야 한다. 김상수(삼성)와 허경민(두산)이 그 주인공이다. 당시 고교 4대 유격수로 불렸던 김상수와 허경민은 2008년 캐나다 애드먼턴에서 열린 제23회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 우승 멤버다. 이들은 기분 좋은 우승을 함께 차지하면서 둘의 우정은 깊어졌다.
선수들 뿐만 아니라 부모들이 모임을 결성했다. 이 모임의 이름은 '23기 청대표 모임'. 2008년 대회 참가를 앞두고 처음 만난 뒤 우승을 계기로 모임을 결성하기로 뜻을 모았다. 김상수의 어머니 이보일 씨는 "전국 각지에 다 흩어져 있지만 1년에 두 번씩 다 함께 만나는데 분위기가 참 좋다. 다들 열정이 강해 좋은 분위기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프로 무대에서는 김상수가 앞섰다. 김상수는 데뷔 2년째부터 주전 유격수로 활약하며 대체 불가 선수로 분류될 만큼 팀내 전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2011, 2012, 2014년 세 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했고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반면 허경민의 성장 속도는 느렸다. 지난해까지 주연보다 조연에 가까웠으나 올해 들어 자신의 진가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는 117경기에 출장해 타율 3할1푼7리(404타수 128안타) 1홈런 41타점 64득점 8도루로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김상수는 이번 한국시리즈를 잔뜩 벼르고 있다. 세 차례 우승 반지를 차지했지만 통산 타율 1할8푼2리(66타수 12안타)로 아쉬움을 남겼다. 그는 두산과의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말을 아꼈지만 통합 5연패 달성과 명예 회복을 향한 의지는 누구보다 더 강하다.
허경민의 포스트시즌 활약은 두드러진다.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 타율 5할3푼3리(15타수 8안타) 2타점 3득점의 고감도 타격을 뽐냈고 NC와의 플레이오프에서도 타율 3할(20타수 6안타) 2타점 5득점으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특히 24일 플레이오프 5차전서 대량 득점의 발판을 마련하는 귀중한 안타를 때려냈다.
두 번째 한국시리즈 맞대결. 이번에도 김상수의 승리로 이어질까 아니면 허경민이 데뷔 첫 우승의 기쁨을 맛볼까.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