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의 3번타자 민병헌(28)이 담담한 마음으로 챔피언 삼성 라이온즈에 도전하겠다는 마음가짐을 밝혔다.
두산은 지난 26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한국시리즈 2차전 삼성과의 경기에서 5-0으로 앞서다 8-9로 뼈아픈 역전패를 당하고 말았다. 주축 투수 3명이 빠졌음에도 불펜과 방망이의 힘으로 역전을 이뤄낸 삼성의 저력 앞에서 두산은 통합 4연패를 이룬 2010년대 최강팀의 모습이 무엇인지를 뼈저리게 느꼈다.
팀의 주축 타자인 민병헌은 삼성의 강함을 잘 알고 있다. 그는 1차전에서 앞서 "우리(두산)는 파퀴아오고, 삼성은 메이웨더다"라며 소속팀 두산을 도전자로 표현했다. 정규시즌에서도 삼성이 우승을 차지하고 두산은 3위에 올랐다. 게다가 삼성이 지난 4년간 한 번도 놓치지 않고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 통합 우승을 달성했으니 틀린 말이 아니다.

민병헌은 도박 파문에도 불구하고 남은 선수들이 똘똘 뭉치는 점을 삼성의 강점으로 보고 있었다. 1차전을 앞두고 그는 "삼성 선수들은 '그래도 우승하면 되지'라고 생각하고 있더라. 그래서 좋은 팀이다. 삼성은 항상 우승을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두산이 체념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민병헌은 "반대로 우리는 '원래 삼성은 우승을 많이 하는 팀이다'라고 생각하고 (편하게) 도전한다"라고 덧붙였다. 마치 두산과 넥센의 준플레이오프 분위기와 비슷했다. 넥센은 준플레이오프를 '전쟁'이라고 표현하며 전의를 불태웠지만 편한 마음으로 여유 있게 경기에 임한 두산을 넘지 못했다. 두산은 넥센을 꺾었던 당시의 마음가짐으로 삼성과의 일전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그때와 다른 것은 두산 선수들이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 9경기를 거치며 피로가 누적됐다는 점이다. 포스트시즌 한 경기의 피로도가 얼마나 극심한지 묻자 민병헌은 "정규시즌 한 경기와 똑같다"면서도 "그런데 (정규시즌 144경기를 소화해 피로가) 쌓여 있는 상태에서 경기를 하니까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포스트시즌에는) 상대 투수도 잘 던지는 투수만 계속 나오고, 점수는 한 점도 주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신경이 많이 쓰인다. 특히 내가 못해서 졌을 때는 미안함과 부담감이 정말 크다"고 덧붙였다. 상위권에 있는 팀들만 출전하는 경기이므로 민병헌의 말대로 수준급 투수들이 등판하는 빈도가 높아 어려운 부분도 있다.
민병헌은 평소 (좋은 의미의) 엄살이 심한 선수다. 이렇게 포스트시즌이 어렵다는 점에 대해 한참을 늘어놓고 나서도 타석에 들어서면 방망이로 다른 소리를 한다. 비록 팀이 충격적으로 역전패하는 아픔을 겪었지만 민병헌은 4타수 3안타 1타점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권투에서는 파퀴아오가 메이웨더를 이기지 못했지만, 야구에서는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 /nic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