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2년을 뛰어 우리 팬들에게도 친숙한 릭 밴덴헐크(30, 소프트뱅크)가 일본 무대 첫 시즌에서 진기록을 눈앞에 두고 있다. 포스트시즌까지 11연승의 기세를 타고 있는 밴덴헐크가 무패로 시즌을 마칠 수 있을지 일본도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밴덴헐크는 25일 일본 후쿠오카 야후돔에서 열린 야쿠르트와의 일본시리즈 2차전에서 8이닝 동안 109개의 공을 던지며 3피안타 7탈삼진 무실점 역투로 팀의 4-0 승리를 이끌었다. 밴덴헐크는 이날 경기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되며 자신의 역투를 보상받았다. 150㎞를 상회하는 빠른 공에 다양한 변화구를 섞으며 야쿠르트 타선을 꽁꽁 묶었다.
이날 밴덴헐크의 투구는 구도 감독의 본의 아닌 사과(?)까지 유도할 정도로 환상적이었다. 사실상 완봉 페이스였지만 소프트뱅크는 4-0으로 앞선 9회 마무리 데니스 사파테를 투입해 경기를 마무리했다. 구도 감독은 “밴덴헐크가 9회까지 던지겠다고 하더라. 하지만 불펜도 생각해야 해 그럴 수 없었다. 밴덴헐크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고 털어놨다. 밴덴헐크는 이에 대해 “일본시리즈에서 이럴 기회는 별로 없어 끝까지 가고 싶었지만 팀 승리가 우선이었다”라며 기쁜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이로써 밴덴헐크는 일본 무대 첫 시즌 ‘11연승’이라는 기록을 이어갔다. 조정 기간을 거쳐 6월 1군 마운드에 선 밴덴헐크는 정규시즌에 9승 무패로 외국인 선수 데뷔 첫 시즌 연승 신기록 타이기록을 썼다. 여기에 클라이막스 시리즈 파이널 스테이지 니혼햄과의 2차전에서 승리를 따냈고, 일본시리즈 2차전까지 승리를 거둠에 따라 11승 무패를 기록했다. 개막 후 11연승 자체도 흔하지 않은 기록인데 뜯어보면 더 진기한 행진이다.
‘닛칸스포츠’에 따르면 일본 1년차 투수가 정규시즌 첫 경기, 그리고 일본시리즈 첫 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거둔 것은 통산 5번째다. 그런데 클라이막스 시리즈 첫 경기에서까지 승리를 따낸 것은 일본 외국인 투수 역사상 밴덴헐크가 처음이다.
또한 해당연도 정규시즌 경기에서 5승 이상의 무패 투수가 일본시리즈에서 등판한 사례는 총 6번 있었다. 하지만 승리를 거둔 것은 2013년 다나카 마사히로(뉴욕 양키스, 당시 라쿠텐)에 이어 밴덴헐크가 두 번째다. 당시 다나카는 정규시즌 24승 무패라는 전대미문의 성적을 냈고 클라이막스 시리즈 1승, 그리고 일본시리즈 첫 경기에서도 1승을 거둬 26연승을 기록했다.
다만 다나카는 두 번째 경기에서 패전을 안으며 연승 기록이 끊겼다. 다나카도 전체 시즌을 치르면서 한 차례는 패배가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밴덴헐크는 아직도 무패다. 현재 로테이션대로라면 밴덴헐크는 일본시리즈 5차전에 등판할 것으로 전망된다. 소프트뱅크가 워낙 압도적인 전력을 가지고 있어 시리즈가 4차전에서 끝날 수도 있다는 예상이 나오는 가운데, 만약 밴덴헐크가 5차전에서도 패전을 기록하지 않으면 일본프로야구 사상 첫 진기록이 탄생하는 셈이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