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류중일(52) 감독은 평소 심판 판정에 웬만해선 크게 어필하지 않는다. 될 수 있는 한 심판 판정을 존중하는 젠틀한 감독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런 류중일 감독이 얼굴을 붉혀가며 강하게 어필했다. 지난 26일 대구구장에서 벌어진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두산과 한국시리즈(KS) 1차전. 두산이 6-4로 리드한 무사 1루 상황에서 정수빈이 박근홍의 공에 왼쪽 검지를 맞았다.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며 장민석과 교체돼 경기에 빠졌다.
그런데 그 순간 류중일 감독이 3루 덕아웃에서 득달같이 뛰쳐나와 심판들에게 강력하게 어필했다. 평소 점잖은 모습과 달리 얼굴이 붉게 상기돼 목소리를 높이며 동작이 컸다. 정수빈이 번트 자세에서 검지를 맞았기 때문에 파울이 아니라 헛스윙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류 감독 주장이었다.

정수빈은 갑자기 날아든 몸쪽 공에 몸을 피했지만, 배트를 미처 뒤로 거둬들이지 못했다. 번트 자세에서 손가락을 맞은 만큼 헛스윙 판정이 날 수 있었지만 심판진에서 애초에 몸에 맞는 볼로 판정을 내렸다. 류 감독은 한참 동안 항의했지만, 심판진의 최초 판정이 결국 번복되지 않았다.
류 감독은 "정수빈이 번트를 대다가 맞은 느낌이 들었다. 처음부터 주심이 데드볼이다 파울이다 했으면 몰랐는데 아무 말 없다가 보냈다. 파울인줄 알았다"며 "비디오 판독은 시간도 늦고 해당사항 아니라 안 됐다. 3루심한테 물어봤더니 맞았다고 했다"고 어필 상황을 설명했다.

심판진에서는 "류중일 감독이 스윙이라고 항의한 것이다. 몸에 맞았는지를 떠나 스윙에 대한 것을 항의했지만 3루심이 노스윙으로 판정했다"며 "사구가 아닌 스윙 여부는 합의판정 대상이 아니라 할 수 없었다. 류 감독도 합의판정을 요청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장면은 류 감독이 평소와 달리 승리에 대한 열망을 강하게 표출했다는 점에서 남달랐다. 한 관계자는 "류 감독이 끝까지 안 들어가고 심판들에게 버티고 있더라"며 "상황 자체도 중요했지만 뒤져있는 상황에서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한 의도도 보였다"고 견해를 드러냈다.
판정 직후 위기를 맞은 삼성은 추가 2실점하며 4-8로 스코어가 벌어졌다. 하지만 7회에만 대거 5득점하며 9-8 짜릿한 역전승을 일궈냈다. 류 감독의 격렬한 어필은 판정 번복으로 연결되지 않았지만 선수들의 하고자 하는 의지를 불태우게끔 했다. 주축 투수 3인방 공백에도 대역전승을 거둔 발단이었다. /waw@osen.co.kr
[사진] 대구=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