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전설 2세들, 허웅의 뒤를 이을까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5.10.28 06: 54

한 시대 농구코트를 풍미했던 스타들의 자녀들이 나란히 프로무대에 선다.
2016 여자프로농구(WKBL) 신인선수 드래프트가 27일 오전 청담동 리베라호텔에서 개최됐다. WKBL의 미래를 좌우할 신인선수들이 프로지명을 받는 중요한 날이었다. 신한은행은 전체 5순위로 신재영(23, 험볼트주립대)을 지목했다. 이어 2라운드 2순위는 이민지(20, 대구시체육회)가 신한은행의 부름을 받았다.
신재영과 이민지는 모두 농구인 2세라는 공통점이 있다. 신재영은 1980년대 국가대표 김화순 동주여고 코치의 차녀다. 신재영은 미국대학농구 1부리그서 슈터로 활약해 능력을 인정받았다. 이민지는 이호근 전 삼성생명 감독의 딸이다. 전날 장남 이동엽(22, 삼성)이 삼성에 지명되면서 남매가 모두 프로선수가 되는 경사를 누렸다.

2세 선수들은 일반선수에 비해 좋은 환경에서 운동을 했다. 아무래도 장신자가 유리한 농구는 유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부모님에게 물려받은 천부적 재능으로 운동을 시작한 경우가 많다.
김화순 동주여고 코치는 신재영의 지명순간에 대해 “떨리지는 않았다. 본인이 가고 싶은 팀에 지명되길 바랐다. 사실 재능은 큰 딸이 더 좋았다. 그런데 작은 딸이 근성이 있어 보여 내가 운동을 시켰다. 지금은 후회하고 있다”며 웃었다.
아무래도 국가대표출신인 부모는 자녀들을 아들딸보다 ‘선수’로 보는 경향이 있다. 경계선이 애매해 더 힘든 적도 많았다. 중학교시절 미국으로 유학을 간 김화순-신재영 모녀도 힘든 점이 많았다. 김 코치는 “사실 내가 더 부담이 됐다. 딸이 나의 얼굴이다. 내가 딸의 기량에 만족을 못하는 성격이라 많이 싸웠다. 미국에서 많이 고생을 했다”고 털어놨다.
신재영 역시 “어머니가 항상 ‘잔소리라도 너 잘되라고 하는 거야’라고 말씀하셨다. 어머니 영상을 봤는데 워낙 잘하셨다”고 꼬집기도 했다. 김화순 코치는 1984년 LA 올림픽 은메달리스트다. 한국농구 역사상 올림픽 메달은 전무후무한 대기록이다.
이민지를 바라보는 이호근 전 삼성생명 감독의 부정도 만만치 않았다. 마침 전날 장남 이동엽(22, 삼성)이 남자프로농구에 지명돼 남매가 나란히 프로선수가 됐다.
이호근 감독은 선수로서 이민지를 평가해달라는 질문에 “잘한다. 적응은 문제가 없을 것이다. 프로니까 동료들과도 경쟁을 해야 한다.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내가 현역감독이었다면 딸을 뽑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누구보다 프로의 냉정함을 아는 아버지이기에 해줄 수 있는 말이었다.
아버지로서의 소감을 물었다. 이 감독은 “어제는 아들, 오늘은 딸이다. 취업도 어려운 세상에 후련하고 만감이 교차한다”며 한숨을 쉬었다.
만약 아들과 딸이 같은 날 경기를 하면 어느 팀을 응원가겠냐고 물었다. 이 감독은 “와이프랑 나눠서 가겠다”며 우문에 현답을 했다.
‘농구대통령’ 허재의 장남 허웅은 올 시즌 프로농구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차기 국가대표감이라는 말도 나온다. 스타의 2세들이 다시 한 번 농구코트를 뜨겁게 달굴 전망이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김화순-신재영 모녀, 이호근-이민지 부녀 / 이동해 기자 eastsea@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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