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2 승부처] 두산표 가랑비, 우산 없었던 삼성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10.27 21: 38

삼성을 휩쓸고 지나간 스캔들 태풍에 소진된 두 개의 우산은 역시 빈자리가 컸다. 두산은 가랑비처럼 삼성 마운드를 야금야금 적셔갔지만, 전력 공백이 있었던 삼성은 이를 사전에 차단할 만한 과감한 수를 꺼내들지 못했다. 승패는 차츰차츰 두산 쪽으로 기울어지고 있었다.
두산은 27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선발 더스틴 니퍼트의 역투와 5회 기회를 놓치지 않고 4점을 뽑은 타선의 응집력을 묶어 6-1로 이겼다. 전날(26일) 열린 1차전에서 8-9의 허탈한 역전패를 당했던 두산은 흔들리지 않고 시리즈를 원점으로 되돌린 채 이제 홈구장인 잠실로 향한다.
양팀 선발 투수들의 호투 속에 경기 초반은 팽팽한 흐름이 이어졌다. 어느 쪽도 쉽게 득점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포스트시즌 들어 절정의 컨디션을 자랑하고 있는 니퍼트는 물론, 한국시리즈에서 강한 면모를 보여준 장원삼 또한 전날 합계 17점을 낸 두 팀 타선을 꽁꽁 묶었다. 여기서 승부가 갈라진 것은 5회였다. 두산의 집중력, 그리고 욕심을 내지 않는 팀 배팅이 장원삼을 무너뜨렸다.

두산은 1사 후 오재원이 우익수 뒤 2루타를 터뜨리며 단번에 득점권에 주자를 보냈다. 그러나 아웃카운트 하나가 있었고 하위타선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삼성도 큰 위기를 느낄 만한 상황은 아니었다. 실점을 하더라도 최소화할 수 있는 여건이었다. 실제 로메로가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나며 2사 3루가 됐다. 장원삼은 아웃카운트 하나면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그러나 여기서 두산 타자들의 집중력과 경기를 풀어나가는 능력이 빛을 발했다. 이날 외야에서 내야로 불어 닥친 바람 탓에 아쉬운 타구만 애꿎게 쳐다봤던 두산은 ‘소총’으로 장원삼을 무너뜨렸다. 배트를 짧게 잡은 김재호가 좌전 적시타를 터뜨리며 귀중한 선취점을 냈다. 2사 상황이라 한 방에 대한 욕심이 생길 법도 했지만 두산은 차근차근 경기를 풀어나갔다.
허경민도 간결한 스윙과 노림수로 좌전안타를 터뜨렸고 박건우는 투수 강습 내야안타로 만루를 만들었다. 장원삼의 왼발에 맞아 잠시 경기가 중단됐다. 삼성으로서는 연속 3피안타, 만루 위기에 우타자인 민병헌이라 빠르게 승부를 가져간다면 투수 교체도 고려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안지만과 임창용이 없는 상황에서 남은 4⅓이닝은 멀게만 보였다. 결국 삼성은 장원삼을 믿을 수밖에 없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두산은 민병헌이 장원삼의 공을 침착하게 밀어 쳤다. 잘 맞은 타구는 아니었지만 우익수 앞에 떨어지며 2명의 주자가 홈을 밟았다. 삼성 벤치는 여기서도 움직이지 않았고 결국 김현수의 우전 적시타까지 터지며 두산이 단번에 승기를 잡았다. 장원삼은 6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호투하고 경기를 마쳤지만 5회에 내준 4점은 너무 아팠다. 특히 안타를 맞았을 때 모두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은 더했다. 그만큼 두산 타자들이 침착했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만약 삼성에 두 명의 선수가 있었다면 상대 전적과 좌우 유형, 선수들의 구위를 종합적으로 점검해 짧게 끊어가는 방법을 택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삼성은 그럴 여력이 없었다. 결과적으로 류중일 감독은 장기전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이 대목에서 유추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삼성으로서는 선발이 6이닝을 던져줘야 하는 상황에서 구위가 떨어질 5~6회를 어떻게 넘기느냐가 이번 시리즈의 명운을 쥐고 있다. /skullboy@osen.co.kr
[사진] 대구=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