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구장의 바람이 경기를 지배했다.
삼성과 두산의 2015 한국시리즈(KS) 2차전이 열린 27일 대구구장. 오전에 내린 비로 기온이 뚝 떨어진 대구구장에는 어느 때보다 세찬 바람이 불었다.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야구의 특성상 대구구장의 역풍은 KS 2차전에서도 예외 없이 변수로 작용했다.
KS 1차전이 열린 26일 대구구장은 남남동풍으로 초당 2.2m로 바람이 크게 불지 않았다. 그러나 전날과 달리 이날은 서풍으로 초당 4.2m의 거센 바람이 경기 내내 몰아쳤다. 그것도 좌측 외야에서 우측 내야로 불어오는 서풍으로 타자들의 잘 맞은 타구가 잡히기 일쑤였다.

두산은 1회 허경민·박건우·민병헌이 모두 외야 뜬공으로 아웃됐다. 힘 있게 맞힌 타구들이 바람에 막혀 외야수들에게 잡혔다. 3회 허경민과 박건우도 맞는 순간 경쾌한 타구음으로 배트를 던졌으나 역풍을 맞은 타구가 각각 중견수·좌익수 뜬공으로 머물렀다.
올 시즌 리그에서 가장 많은 29개의 홈런을 허용한 장원삼이지만, 이날은 바람의 도움을 받아 6회까지 뜬공 아웃만 11개를 잡아냈다. 비록 5회 타구에 왼발을 강타 당하는 불운 속에 집중타를 맞고 4실점했지만, 나머지 5이닝은 무실점으로 막으며 호투했다.
그러자 두산은 타격에 변화를 줬다. 바람으로 인해 장타를 치기 어려운 환경이 되자 작은 스윙으로 변화를 줬다. 5회 4점을 내는 과정에서 컴팩트한 스윙이 빛을 발했다. 선두 오재원의 우익수 키 넘어가는 2루타도 간결한 스윙에서 나온 빨랫줄 같은 타구였다. 이어 김재호의 좌전 적시타, 허경민의 좌전 안타, 민병헌과 김혀수의 우전 안타보다 큰 스윙보다는 짧고 간결하게 친 결과였다.
수비에서도 두산은 바람의 덕을 봤다. 특히 0-4로 뒤진 5회말 이승엽이 좌전 안타를 치고 나간 뒤 채태인이 두산 더스틴 니퍼트의 속구를 제대로 걷어 올렸으나 워닝트랙 앞에서 중견수 뜬공으로 아웃됐다. 바람이 아니었다면 홈런을 기대해 볼만한 타구. 경기 후 니퍼트는 "바람이 많이 불었지만 힘든 것보다는 바람이 홈런 몇 개를 막아줘 고마웠다"고 말했다. /waw@osen.co.kr
[사진] 대구=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