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떠한 조건에서도 더스틴 니퍼트(34, 두산 베어스)는 에이스였다. 삼성 라이온즈 앞에 서면 더 그렇다.
니퍼트는 27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한국시리즈 2차전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7이닝 3피안타 5탈삼진 2볼넷 무실점했다. 니퍼트의 승리를 위해 그리 많은 점수는 필요하지 않았다. 두산은 6-1로 손쉽게 승리하며 1승 1패를 만들고 잠실로 향하게 됐다.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 7이닝 2실점한 니퍼트는 플레이오프 NC전 2경기에 나와 16이닝 무실점으로 홀로 2승을 책임졌다. 그리고 한국시리즈에 와서도 7이닝을 무실점으로 지워 2015 포스트시즌 최고의 에이스는 자신이라는 것을 다시금 입증했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 6회초 2사부터 이어진 24⅓이닝 연속 무실점은 단일 포스트시즌 역대 신기록이다.

10월의 다른 경기들과 마찬가지로 호투 비결은 위력적인 포심 패스트볼이었다. 다소 날씨가 쌀쌀했음에도 몸이 충분히 달궈지기 전인 1회초부터 포심 패스트볼 구속은 140km 후반이 지속적으로 찍혔다. 삼성 타자들의 방망이는 공을 따라오지 못했다.
위기에 직면하기도 했지만 이를 헤치고 나가게 해준 것도 포심이었다. 5회 이전 가장 큰 위기였던 3회말 1사 3루에서 니퍼트는 박한이를 삼진 처리한 뒤 박해민과의 승부에서 볼카운트 3B-2S에 스트라이크 존 안으로 힘껏 빠른 볼을 던져 루킹 삼진을 이끌어내 위기 탈출에 성공했다.
또 한 번의 3루 위기가 찾아왔을 때도 해답은 같았다. 팀이 4-0으로 앞선 6회말 2사 1루에 박해민의 도루와 양의지의 송구 실책으로 주자가 3루까지 갔고, 니퍼트는 야마이코 나바로를 상대로 볼카운트 3B-2S에 포심으로 밀어붙였다. 나바로의 방망이도 힘차게 돌았다. 일반적인 공이었다면 홈런이 될 수 있었지만 타구가 날아가다 먹혔다. 힘으로 나바로를 제압한 것이다.
기온도 지금까지 있었던 어떤 경기와 비교해도 눈에 띄게 떨어졌고, 바람이 극심하게 불어 유니폼 자락이 태극기처럼 휘날릴 정도였지만 니퍼트의 구위는 달라진 게 없었다. 빠른 볼의 힘이 슬라이더와 체인지업까지 살리는 시너지효과를 냈다.
삼성 타자들이 니퍼트의 공을 때려내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많은 표현이 필요하지는 않았다. 그냥 공이 너무 세다는 말이면 충분했다. 하지만 얼마나 강한지를 설명하려면 어떠한 말로도 부족하다. 강하다는 말로는 모자라도 한참 모자란다. /nick@osen.co.kr
[사진] 대구=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