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무대서 주연으로 떠오르기란 정말 어렵나보다.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가 ‘셋업맨 부재’란 동병상련을 앓고 있다.
두산은 27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삼성과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6-1로 승리, 전날 역전패를 설욕했다. 이로써 양 팀은 시리즈전적 1승 1패가 됐고, 오는 29일 잠실구장으로 무대를 옮겨 3차전에 임한다.
이날 경기 주인공은 두산의 더스틴 니퍼트였다. 선발투수로 나선 니퍼트는 7이닝 무실점으로 맹활약, 포스트시즌 24⅓이닝 연속 무실점을 달성했다. 이는 포스트시즌 역대 최다이닝 무실점 신기록이다. 그러면서 니퍼트는 포스트시즌 선발 등판한 4경기서 3승을 올리며 특급 에이스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증명했다.

반면 삼성 선발투수 장원삼은 타구에 발을 맞으며 급격히 흔들렸다. 4회까지 무실점으로 호투하던 장원삼은 5회 선취점을 허용한 후 박건우의 타구가 자신의 오른쪽 발을 강타했다. 장원삼은 통증을 호소하며 밸런스를 잃었는데, 삼성은 서둘러 불펜진을 가동하지 못했다. 안지만과 임창용의 부재로 불펜진이 헐거워진 만큼, 장원삼을 더 끌고 가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장원삼은 민병헌과 김현수에게 연속으로 적시타를 허용하며 0-4로 밀렸다. 결국 삼성은 이날 경기서 단 한 점만 뽑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런데 삼성 입장에서 1득점 패배보다 아쉬운 것은 7회였다. 7회초 이번 시리즈서 셋업맨으로 낙점된 심창민이 마운드에 올랐는데, 심창민은 ⅓이닝 1볼넷 1실점으로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첫 타자 김재호에게 몸에 맞는 볼, 다음 타자 허경민은 야수선택으로 출루시켰다. 허경민의 희생번트 타구를 잡았으나, 포수 이지영의 사인과 달리 2루에 송구하면서 무사 1, 2루로 몰렸다. 그리고 박건우에게 볼넷을 내줘 무사만루가 됐고, 민병헌에게 희생플라이를 맞아 0-5가 됐다. 상대의 공격 흐름을 끊으려 나왔으나, 결과는 최악이었다.
심창민은 전날 1차전서도 마냥 불안했다. 8회에 등판했는데 아웃카운트를 하나도 잡지 못하고 안타 두 개를 내줬다. 심창민의 뒤를 이어 마운드에 오른 차우찬이 위기를 극복하지 못했다면, 삼성은 재역전패를 당할 수도 있다.
흥미로운 점은 두산도 똑같은 고민에 빠져있다는 것이다. 두산 또한 셋업맨 역할을 해온 함덕주가 포스트시즌에서 흔들리고 있다. 함덕주는 전날 1차전에서 심창민처럼 첫 타자에게 몸에 맞는 볼을 범했다. 그리고 나바로에게 중월 3점홈런을 맞아 삼성에 맹추격을 허용했고, 두산은 역전패를 당했다.
이렇게 양 팀 모두 마땅한 셋업맨이 없고, 서로 안심할 수 없는 경기 후반이 되고 있다. 그만큼 선발투수의 이닝 소화력이 중요하다. 앞으로 두산은 장원준, 이현호, 유희관, 니퍼트가, 삼성은 클로이드, 차우찬, 피가로, 장원삼이 나설 계획. 남은 시리즈서 선발투수가 퀄리티스타트 이상을 해주는 팀이 한국시리즈를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 drjose7@osen.co.kr

[사진] 대구 = 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