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프리미어 12 대표팀 훈련이 시작된 잠실구장. 훈련 후 복도를 지나가던 박병호(넥센)는 마주오던 조무근(kt)에게 대뜸 키를 물었다.
조무근이 "198cm입니다"라고 대답하자 박병호는 환히 웃으며 "그래서 네 슬라이더가 정말 치기 힘들다. 그 키에서 내려꽂으니 칠 수가 없다"고 '폭풍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박병호가 지나가던 강민호(롯데)에게 동의를 구하자 강민호도 "나도 치기 힘들었다"고 두둔했다.
조무근은 "두 선배님들 다 저에게 홈런을 치셨다"고 말했다. 실제로 조무근은 올 시즌 피홈런 3개 중 공교롭게도 박병호, 강민호에게 홈런을 허용했다. 그러나 박병호는 "그건 네가 아직 1군 경험이 없어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았을 때"라며 후배의 기를 세워줬다.

올 시즌 순수신인인 조무근은 43경기 8승5패 2홀드 4세이브 평균자책점 1.88의 놀라운 성적을 기록하며 개인적인 바람이던 국가대표 발탁의 꿈을 이뤘다. 신인 투수를 떠나 50이닝 이상 소화한 불펜 중 평균자책점 1위다. 팀에서 유일하게 국가대표로 뽑히며 팀의 기둥 투수로 인정받았다.
조무근은 취재진에게 "한국에서 가장 잘하는 선수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기분좋다"며 미소지었다. 이어 "대표팀에 나갈 수 있게 저희 감독님이 많은 기회를 주셨다. 팀에서도 많이 도와주셨다"며 고마움을 표현했다. 그는 "쿠바와의 슈퍼 시리즈를 빨리 치르고 싶다. 올라가면 프로에서 처음 던질 때랑 비슷하게 떨릴 것 같다"며 숨길 수 없는 설렘을 드러냈다.
프리미어 12 대표팀은 급작스럽게 불펜 베테랑들이 빠지면서 조상우, 조무근 등 젊은 선수들에게 불펜 책임감이 막중해지게 됐다. 그러나 조무근은 "이제 박병호, 강민호 선배님 같은 타자들이 한 팀인 것 아닌가. 든든할 것 같다. 어찌 됐든 빨리 던져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신인다운 패기를 보였다. /autumnbb@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