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 '24⅓이닝 무실점' 니퍼트, 괴력의 비밀은 '루틴'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5.10.28 06: 42

바뀐 것은 없다. '원래대로'라는 방침을 유지하자 원래 그랬던 대로 호투가 이어지고 있다. 2015 가을의 최고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34, 두산 베어스) 이야기다.
니퍼트는 지난 27일 대구구장에서 있었던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한국시리즈 2차전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서 7이닝 3피안타 5탈삼진 2볼넷 무실점 호투해 팀의 6-1 승리 속에 승리투수가 됐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 6회초 2사에 실점한 이후 24⅓이닝 연속 무실점이다. 이는 팀 동료 유희관이 2년 전 기록한 20⅔이닝 무실점을 뛰어넘는 단일 포스트시즌 최다 이닝 연속 무실점 신기록이다.
부상과 부진을 반복하며 정규시즌 6승 5패, 평균자책점 5.10으로 추락했던 니퍼트는 가을 들어 모든 것을 만회하고 있다. 정규시즌에 오래 쉰 것이 오히려 포스트시즌에 잘 던지는 이유 중 하나라고 할 만큼 그는 페넌트레이스에 받았던 정신적 스트레스도 모두 이겨냈다. 이제는 니퍼트 없는 두산은 상상할 수도 없다.

사실 이번 포스트시즌 이전에도 니퍼트는 한국에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았다. 지난 5년간 누적한 승리는 총 58승으로 앤디 밴헤켄(넥센)과 함께 현역 외국인 투수 통산 다승 부문 공동 1위다. 5년간 한 선수가 한 구단에서 뛰는 일은 드문데, 니퍼트(5시즌)와 밴헤켄(4시즌) 모두 경기장 안팎에서 모범적인 생활을 해왔기에 가능한 일이다.
특히 니퍼트는 경기장 밖에서 매달 소외계층 어린이들을 자비로 경기장에 초청해 야구를 관람하게 하는 것은 물론 야구장에 와서도 한 명의 선수로 항상 최선의 피칭을 보여주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이러한 노력은 경기를 준비하는 루틴으로 나타나는데, 리그를 대표하는 연습벌레로 통하는 김현수도 감탄할 정도다.
김현수는 평소 "외국인 선수에게 배우고 영향을 받는 것이 많다"고 말하는데, 의외로 지금까지 KBO리그를 거쳐간 수많은 타자들보다 같은 팀 투수인 니퍼트의 이름을 가장 먼저, 그리고 자주 꼽는다. "니퍼트처럼 루틴을 철저하게 지키는 선수는 본 적이 없다"는 것이 김현수의 설명이다.
실제로 니퍼트는 자신의 선발 등판 전후 그라운드에서 운동을 열심히 하는 선수로 정평이 났다. 투수에게는 필수적인 운동인 러닝도 항상 열심히 한다. 선발인 날에는 잠실구장 불펜에 있는 벤치에 앉은 채로 난간에 다리를 얹고 혼자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는 듯 그라운드를 응시하는 것도 니퍼트만의 경기 전 의식(pre-game ritual) 중 하나다.
니퍼트의 루틴은 좀처럼 깨지지 않는다. 휴식일이 짧아져도 귀신 같이 컨디션을 조절해 마운드에 오른다. 정규시즌 5일 휴식일 때와 비교해 가을에 접어들어 3일 혹은 4일 휴식만 할 때 선발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생략되는 것들이 있는지 묻자 그는 "(평소에 선발 준비할 때는) 러닝 스케줄이 이틀 있는데, 그걸 한 번으로 줄이는 것 외엔 달라지는 것 크게 없다"고 말한다.
언제나 그렇듯 "기록엔 신경 쓰지 않는다"고 쿨하게 한 마디를 던지는 니퍼트는 삼성에 유독 강한 이유에 대해서도 "운이 좋은 것 같다"고 말할 뿐 표정도 쉽게 변하지 않는다. 이 표정을 보고 있으면 다음 등판 결과도 크게 바뀌지 않을 것 같다. 삼성 역시 변하지 않을 것 같은 니퍼트의 표정과 피칭을 보며 전과 다르지 않은 답답함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nic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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