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떠올린 김도훈과 최용수, 'FA컵 양보는 없다!'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5.10.28 05: 33

FA컵 결승전을 앞둔 두 사령탑이 옛 추억을 떠올리며 결사의 각오를 다졌다.
프로와 아마추어를 막론하고 대한축구협회에 등록된 국내 최강의 축구팀이 가려진다. FC서울과 인천 유나이티드가 오는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서 2015 하나은행 FA컵 결승전을 벌인다. 서울은 지난 1998년 이후 17년 만에 두 번째 정상에 도전한다. 인천은 창단 이후 첫 우승을 노린다.
김도훈 인천 감독과 최용수 서울 감독이 지난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서 만나 선의의 경쟁을 다짐했다.

'결사'와 '추억'이라는 단어가 떠오른 무대였다. 김호곤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이 말문을 열었다. 과거 연세대학교에서 김도훈 감독과 최용수 감독을 지도하며 한국 최고의 공격수로 키워낸 김 부회장은 제자들을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정말 기쁘다. 지도자 생활을 잘하고 있다. 앞으로도 한국 축구를 짊어지고 갈 감독들이다. 더욱 노력하고 연구하는 지도자로 거듭나길 바란다. FA컵 결승서 승패를 떠나 한국을 대표하는 명승부를 해주길 바란다."
김 감독과 최 감독도 추억을 떠올렸다. '연세대 재학 시절 최 감독이 1년 선배인 김 감독에게 엄청 구박을 당했다'는 OX 퀴즈 질문이 등장했다. O를 답한 김 감독은 "최 감독과 내가 사이가 '안좋다. 좋다'는 등 말들이 많은데 우리는 고등학교 때부터 잘 지냈다. 내가 바라본 최 감독은 특징이 있었다. 고등학교 때 특징을 대학교 때도 잘 살렸다. 1학년 때는 장점인 강력한 슈팅과 헤딩이 경기장서 안 나왔다. 차츰 적응하면서 그런 부분을 보게 됐고, 저 친구가 훌륭한 선수가 되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그 예상이 빗나가지 않았다. 학창 시절에 같은 방을 썼는데 나를 선배로 깍듯이 모셨다. 다만 또래 후배들이 못했을 땐 구박을 했다. 최 감독은 잘 참고 이겨내 좋은 선수로 성장했다. 감독으로선 나보다 선배인데 배울 점도 많다는 걸 느낀다. 후배지만 선배로서 정말 뿌듯하고 잘되길 바라는 마음이다"고 말했다.
최 감독도 화답했다.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나를 넉다운 시키려고 하는데 속지 않는다"며 좌중을 웃음바다에 빠뜨린 그는 "김 감독과는 친형제 같이 좋을 때나 안 좋을 때나 기숙사에서 함께 시간을 보냈다. 이후 지도자로서 식사를 하며 서로의 축구 철학도 나눴다. 현재가 아닌 한국 축구의 미래를 더 책임질 수 있는 능력 있는 감독이다. 인천이 악조건 속에 헤쳐나올지는 예상 못했다. 한 시즌을 끌어오는 걸 보면서 내년과 내후년에 더 좋은 팀으로 만들 수 있는 감독이라고 생각했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양보는 없었다. 결사의 각오를 다짐했다. 지난해 성남FC와의 대회 결승서 아쉽게 고배를 마셨던 최용수 감독은 "서울은 1998년 이후 FA컵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리지 못했다. 지난해 결승 진출에 안주했던 것 같다. 축제의 한 마당인 결승전인데 안방에서 많은 손님을 모셔놓고 소극적으로 해서 많은 지탄을 받았다. 올 시즌엔 나도 선수들도 팬들을 위해 신나고 재미있는 축구를 보여주겠다. 두 번 연속 실패한다는 것은 나와 선수들 그리고 팬들에게 예의가 아니다. 올해는 홈 팬들의 함성에 힘입어 한발짝 더 뛴다는 각오로 지난해와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다"고 각오를 전했다.
김도훈 감독도 물러서지 않았다. "인천은 결승전에 대한 기대와 책임감으로 뭉쳐 있다. 우리 선수들이 대견스럽고 고맙다. 동계훈련부터 쉽지 않았지만 똘똘 뭉치면서 결승까지 올라올 수 있었다. 미생으로 시작해서 결승서 완생으로 끝날 수 있게 철저히 준비해서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선수와 코치로서 FA컵 우승을 해봤는데 감독으로도 한 번 해보고 싶다. 선수들이 이뤄줄 것이라 믿는다."/dolyng@osen.co.kr
[사진] 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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