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성 올인’ 김경기 손에 SK 미래 달렸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10.28 10: 00

SK가 코칭스태프를 개편하고 2016년 시즌 대비에 들어갔다. 모든 코칭스태프의 임무가 다 막중하지만 이번처럼 퓨처스팀(2군) 감독의 어깨가 무거운 적은 처음이다. ‘점진적 리빌딩’의 설계자이자 추진자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김경기 SK 퓨처스팀 감독도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쉽지 않은 과정이지만 뚝심 있게 한걸음씩 나간다는 각오다.
‘인천 야구의 상징’인 김경기 감독은 최근 코칭스태프 개편에서 퓨처스팀 감독으로 부임했다. 보통 2군은 감독이라고 할지라도 그렇게 큰 빛이 나지 않는 자리다. 그러나 현재 SK의 상황을 보면 “김경기 감독의 손에 SK의 향후 미래가 달렸다”라는 말이 과장처럼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세대교체가 더딘 축에 속하는 SK는 최근 신진세력 육성에 사실상 올인하고 있다. 그 과정을 진두지휘하고 뚜렷한 성과를 내야 하는 책임이 김 감독의 책상에 올라 있다.
기대를 모으는 것은 김 감독이 현재 SK의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지도자라는 점이다. 현역 은퇴 후 SK의 코치로 오랜 기간 몸담은 김 감독은 SK의 흥망성쇠를 직접적으로 경험했다. 무엇이 잘 됐고, 무엇이 잘못됐는지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는 뜻이다. 기대대로 김 감독은 현재 SK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 자연히 해결책을 향한 발걸음도 빨라질 수 있다.

김 감독은 “한국시리즈 3회 우승을 이끈 주축 선수들을 견제할 수 있는 젊은 선수들이 부족했다. 기존 선수들이 잘하다보니 대안 찾기에 다소 무심했던 것도 사실”이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물이 계속 고이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SK는 올해 주축 선수들의 부진에 가까스로 5위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주축 선수들은 팀을 떠났거나, 부상으로 고전하거나, 기량이 떨어지는 추세다. 하지만 위기에 몰린 SK를 구원해야 할 젊은 선수들은 자리를 잡지 못했다.
올해 1군 수석코치로 김용희 감독을 보좌한 김 감독도 이런 현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김 감독은 “1군에서 필요로 하는 포지션의 리스트를 보면, 경기에 뛰어야 할 선수들이 이런 저런 사정으로 출장하지 못하고 있었다. 데이터가 없으니 1군에 불러올릴 수가 없었다. 난감한 상황이었다”라고 털어놨다. 그렇다고 2군 성적표 상위에 위치하는 선수도 몇 없었다. 여기에 올라온 선수들은 확실한 매력을 보여주지 못하며 벽을 뚫는 데 한 차례 실패했다. SK의 올 시즌 가장 큰 패착 중 하나였다. 선수 개인의 문제도 있었지만 냉정히 따지고 보면 팀의 실패였다.
이에 김 감독은 올해부터 차근차근 밭을 가꾸겠다고 공언했다. 시간이 필요하고 구단의 전사적인 지원도 필요하지만 멍하니 바라볼 수는 없는 문제다. 김 감독은 내년 2군 운영 목표로 “1군이 필요로 하는 부분의 선수를 공급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수석코치를 해보니 그 부분이 부족했던 것을 느꼈다. 그 다음은 장기적인 시선을 바라본 선수들의 육성이다”라고 강조했다. 김상진 투수코치, 김무관 타격코치 등 올해 1군 경험이 있는 지도자들이 함께 하는 만큼 팀의 부족한 부분을 정확하게 짚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육성과 성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는 어렵다. 경기에 지더라도, 1할을 치는 신인을 경기에 써야 하는 상황도 생긴다. 그러다보면 성적은 저조해지기 마련이다. 아무리 2군 감독이라고 해도 성적 저하는 준비된 지도자로 각광받는 김 감독의 경력에 흠집을 낼 수도 있다.
하지만 김 감독은 고개를 저었다. 성적은 절대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성적 때문에 선수들을 관련도 없는 포지션과 타순에 배치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 감독은 “김용희 감독님과의 소통이 가장 중요한데 상황을 잘 알고 있어 이 부분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도움이 되어 드릴 수 있게끔 최선을 다할 것이다”라고 재차 강조하면서 “성적이 안 나오는 것은 내가 책임을 지겠다. 내가 감수해야 할 일이다. 미래를 포기할 수는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인천의 아들’이 새로 가꾼 밭에서 2~3년 뒤 새로운 인천의 미래들이 나올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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