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에는 나이가 없다. 실력으로 말하는 거야.’ 38살 삼촌 주희정(38, 삼성)이 파릇파릇한 신인들에게 던진 메시지였다.
서울 삼성은 28일 오후 잠실실내체육관에서 개최된 2015-2016시즌 KCC 프로농구 2라운드에서 창원 LG를 78-73으로 물리쳤다. 8승 7패의 삼성은 KCC와 함께 공동 3위로 올라섰다. 아울러 삼성은 LG전 4연패에서 탈출했다. 최하위 LG는 4승 13패를 기록했다.
이날 공교롭게 신인드래프트서 나란히 상위에 지명된 신인가드들이 데뷔전을 치렀다. 전체 5순위로 삼성에 지명된 이동엽(21, 고려대4), 6순위와 8순위로 LG의 부름을 받은 정성우(22, 상명대4), 한상혁(22, 한양대4)이 주인공이다. 이들이 선망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선수가 있었으니. 바로 1997년 데뷔해 19번째 프로시즌을 치르고 있는 주희정이었다.

한상혁은 1쿼터 2분을 남기고 투입됐다. 선배 양우섭을 도와 게임을 리딩하는 역할이 주어졌다. 한상혁은 빠른 스피드를 이용해 LG공격의 활로를 뚫었다. 신인답게 거침없이 돌진하는 패기가 돋보였다. 심상치 않은 기운을 감지한 이상민 감독은 한상혁에게 주희정을 붙였다. 신인선수가 ‘살아있는 화석’을 상대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주희정은 팔팔한 한상혁을 상대로 여유 있게 패스를 척척 찔러줬다. 이날 주희정은 단 26분만 뛰고도 승부처에서 4개의 어시스트를 배달했다. 한상혁(5점, 2어시스트, 2스틸), 정성우(1리바운드), 이동엽(2점, 3리바운드)의 어시스트를 모두 합해도 주희정에 미치지 못했다.
특히 주희정은 4쿼터 리카르도 라틀리프와 김준일이 5반칙 퇴장당한 상황에서 LG 맹추격에 재를 뿌리는 중요한 점프슛을 꽂았다. 주희정의 득점은 단 2점이었지만, 20점 이상의 가치였다.
경기 후 이상민 감독은 “라틀리프와 김준일이 퇴장당해 끝까지 어려운 순간이 있었지만 열심히 했던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외곽슛을 최대한 막았다. 중요한 순간 해결해줄 수 있는 주희정이 있어 작년보다 좋았다”며 노장에게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신인가드들은 주희정과 함께 코트를 밟아본 것 자체가 엄청난 경험이었다. 한상혁은 “주희정 형님과 실제로 맞부딪쳐보니 정말 대단한 선수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나도 프로에서 주희정 형님 같은 선수가 되고 싶다”며 눈에서 하트를 그렸다.
이동엽도 주희정을 보고 배우며 느낀 것이 많았다. 주희정(38세)은 이동엽(21세)과 무려 17살 차이가 난다. 더구나 주희정은 이동엽의 까마득한 고려대 직속선배다. 눈을 마주치는 것조차 쉽지 않다.
이동엽은 “주희정 선배님이 처음에 되게 어려웠다. 편안하게 해주셨다. 야간운동할 때 주희정 선배님이 연습하는 것을 보고 ‘저런 선수도 저렇게 열심히 하는구나’하고 많이 느꼈다. 오늘 시합 뛸 때 처음으로 형이라고 불렀다”며 수줍은 미소를 보였다. 주희정은 모교 고려대를 찾아 이동엽에게 밥을 사준 적이 있을 정도로 후배를 챙긴다고 한다.
신인가드들은 ‘살아있는 교과서’ 주희정에게 최대한 많은 것을 보고 훔쳐야 한다. 주희정은 존재자체가 후배들에게 엄청난 귀감이 되고 있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잠실실내체=이동해 기자 eastsea@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