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대회 단기전은 ‘생소함’과의 싸움이다. 때문에 평소 잘 보지 못했던 선수의 장·단점을 미리 알고 있다면 큰 도움이 된다. ‘전력분석’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이유다. 오는 11월 열리는 프리미어12에 출전할 야구 대표팀도 철저한 전력분석을 공언했다. 지난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의 아픔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김시진 전력분석팀장과 3명의 전력분석위원을 주축으로 하는 야구 대표팀 전력분석팀은 28일 대표팀 선수들과 만나 본격적인 자료의 공유를 시작했다. 전력분석팀은 최근 일본과 대만을 다녀와 두 팀 선수들의 특성 및 팀 전력에 대해 면밀히 관찰했다. KBO(한국야구위원회) 공식 기록업체인 ‘스포츠투아이’가 새로 개발한 전력분석 틀을 적극적으로 이용해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구종과 코스, 구속은 물론 상대 선수들의 폼이나 미묘한 버릇까지 한 눈에 볼 수 있다. 영상과 데이터의 접목이라고 할 만하다. 전력분석팀은 이런 자료를 이동식 저장장치(USB)에 담아 선수들에게 배포했다. 선수들도 노트북을 가지고 있어 자신이 필요할 때 언제든지 자료를 열람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일단 8일 삿포로돔에서 열리는 개막전에서 만날 일본대표팀 선수들에 대한 자료는 빠짐없이 수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팀의 전력분석이 주목을 받는 것은 지난 2013년 제3회 WBC 당시의 아픔 때문이다. 첫 판이었던 네덜란드전에서 전력분석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우선 상대 선발투수였던 디에고마 마크웰을 상대적으로 과소평가했다는 반성이 있었다. 당시 대표팀은 “공이 빠르지는 않은 투수다.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변화구가 있지만 패턴이 다양하지는 않다”는 분석을 하고 경기에 들어갔다. 그러나 막상 타석에 들어서자 예상보다 더 제구가 좋았고 패턴도 다양했다. 초반이 꼬이자 조급함까지 더해졌고 결국 이는 패배의 원흉, 나아가 예선탈락의 시발점이 됐다.
맹활약을 펼친 앤드류 존스도 그랬다. 김인식 대표팀 감독은 당시를 회상하며 “존스의 경우는 그래도 알려진 선수였다. 미국에서 일본에 갈 때는 선구안이 많이 약해진 상황이었다. 정면승부보다는 코너워크를 잘 해야 했다”라면서 “윤석민 정도면 해낼 줄 알았는데 그렇지 못해 맞았다”라고 아쉬워했다. 실투이기도 했지만 어쨌든 상대의 약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이번 대회의 경우 전력분석이 더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WBC의 경우 많은 유명 선수들이 나오다보니 상대적으로 자료를 찾기는 더 쉬웠다. 메이저리그(MLB) 출신 선수들에 대한 분석 자료는 풍부했다. 그러나 이번은 다르다. MLB 사무국이 40인 로스터 포함 선수의 출전을 불허하면서 마이너리그 및 자국리그에 뛰는 선수들이 대거 나온다. 이런 선수들은 사실상 뛰는 영상 하나 찾기도 쉽지 않다.
이에 김인식 감독도 “도미니카의 경우 향후 대만에서 평가전을 하는 것을 유심히 지켜볼 것”이라고 경계의 끈을 놓지 않았다. 일본도 대회를 앞두고 평가전 일정이 있는데 전력분석원을 파견해 마지막 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대표팀 관계자들은 “상대적으로 다른 나라가 우리 선수들의 자료와 영상을 찾기가 훨씬 더 쉽다”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에 대비한 팀 차원의 새로운 패턴 개발도 필요해졌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