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준(30, 두산 베어스)에게 투자한 두산 프런트의 선택은 현명했다.
장원준은 2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한국시리즈 3차전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7⅔이닝 4피안타 5탈삼진 1볼넷 1실점했다.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에서 3경기 19이닝 6실점으로 호투해 2승을 챙긴 장원준은 또 한 번 팀의 5-1 승리를 이끌었다. 두산은 2승 1패로 우승을 위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올해 정규시즌에서 장원준은 12승 12패, 평균자책점 4.08의 성적을 올렸다. 비싼 투자라는 지적도 있었지만 장원준이 없었다면 올해 두산은 선발 로테이션을 제대로 지탱하기도 힘들었다. 외국인 선수가 정규시즌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 가운데 장원준은 유희관과 함께 로테이션을 이끌었다.

포스트시즌에서는 더욱 가치 있는 역투를 이어가고 있다. 준플레이오프를 통해 정규시즌 막판의 부진을 씻은 장원준은 자신이 등판한 플레이오프 2경기를 모두 승리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한국시리즈에서는 127구를 던지는 역투로 다시 한 번 승리를 가져다줬다.
127구는 장원준의 시즌 최다 투구 수다. 8월 8일 잠실 LG전에서 122구를 던져 7이닝 3실점했던 장원준은 포스트시즌에 들어와 자신의 한 경기 최다 투구 수를 바꿨다. 롯데 시절이던 2007년 8월 15일 사직 LG전에서의 139구보다는 적지만 그래도 한 경기를 거의 혼자서 책임진 피칭임엔 분명했다.
1회초 위기에 빠지며 1실점하기는 했지만 이후에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점수를 내주지 않았다. 경기가 두 번이나 우천 중단됐지만 문제는 없었다. 7이닝 동안 이미 114구를 던진 뒤에도 8회초에 다시 마운드에 오른 것은 놀라울 정도였다.
최고 146km까지 나온 포심 패스트볼을 바탕으로 슬라이더도 빛을 발했다. 슬라이더가 52개로 포심 패스트볼과 같았을 정도로 이날 장원준은 삼성의 좌타자들을 상대로 철저하게 슬라이더를 이용한 승부를 펼쳤다. 빠른 볼을 던질 때와 팔 스윙 차이가 거의 없어 타자들은 어려움을 겪었다.
장원준의 역투는 팀 전체에 여유를 가져다줬다. 두산은 많은 투수들이 몸을 풀기는 했지만 이현승을 제외하면 불펜을 동원하지 않았다. 김태형 감독은 이날 경기 전 4차전 선발에 대해 "상황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장)원준이가 얼마나 버티는지 봐야 한다"라고 말했는데, 장원준은 김 감독의 머릿속까지 편하게 만들었다. /nick@osen.co.kr
[사진] 잠실=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