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 액땜? 이현호, 행운 깃든 글러브로 승리 사냥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5.10.30 10: 20

이현호(23, 두산 베어스)가 한국시리즈 선발 등판이라는 작은 바람을 이뤘다.
이현호는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 선발 등판한 뒤 플레이오프에서는 중용되지 못했다. 4차전에 선발로 나설 예정이었다가 팀이 1승 2패로 몰리자 선발은 더스틴 니퍼트로 변경됐다. 5차전까지 접전으로 흐른 가운데 이현호는 한 번도 출전하지 못했다. 그러면서 한국시리즈에서 어떻게 활용될지도 궁금한 부분이었는데, 김태형 감독은 다소 여유 있었던 2차전에 이현호를 마지막 투수로 냈다.
팀이 6-1로 승리한 2차전에서 이현호는 1⅔이닝 2피안타 1탈삼진 1실점하고 경기를 끝냈다. 이에 대해 그는 "긴장되지는 않는다. 긴장될 것 같은데 마운드에 오르면 괜찮다. 2차전 때도 떨리지 않았다. 처음엔 좌타자 2명만 상대하라고 해서 짧게 던질 것이라 생각했다. 팀이 이겨서 좋은데 실점해서 만족스럽지는 않다"고 돌아봤다.

이현호는 3차전 시작 전에 이미 4차전 선발로 내정됐다. 하지만 3차전에도 불펜 대기를 하게 됐고, 등판하게 되면 4차전 선발이 변경되는 '조건부 선발'이었다. 잠시 몸을 풀기도 했지만 경기 흐름에 따라 투입되지는 않고 경기가 끝나 이현호는 계획대로 선발로 마운드에 오른다. 그는 "우리 불펜이 제일 좋아보인다"며 "뒤에서 형들이 막아줄 것이라고 생각하니 편하다"고 덧붙였다.
사실 시리즈 초반 안 좋은 일도 있었다. 2개월 동안 길들인 글러브가 있었는데 1차전을 앞두고 잃어버린 것. 대구구장에서 몸을 풀고 잠시 불펜에 놓아둔 글러브의 행방은 지금도 알지 못한다. 이현호는 그저 "누굴 탓할 순 없다. 내가 잘 관리하지 못했다"라고 말할 뿐이었다. 그래도 "경기용이 아니라 괜찮다. 이번에 쓸까 하다가 없어졌지만 지금 쓰는 글러브도 오래 써온 것이라 괜찮다. 이 글러브와 함께하며 좋은 일이 많아서 앞으로도 계속 파란색을 쓸 것 같다"며 이내 다시 웃었다.
다행히 글러브를 후원하고 있는 업체에서 새로운 글러브를 만들어주기로 약속했다. 이현호는 "지금보다 야구를 못했을 때도 지금 쓰는 글러브 업체 사장님이 다른 회사에 계시던 시절부터 도와주셨다. 이제 다른 회사 글러브를 쓰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 같다"며 고마움을 표현했다. 4차전에서 호투한다면 이번 글러브 사건도 액땜이라고 좋게 생각하며 넘길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것은 4월 이후부터 쓰기 시작해 좋은 기억들이 많이 깃든 글러브인데, 4차전도 이현호의 오른손과 함께한다.
삼성의 4차전 선발이 알프레도 피가로로 결정되면서 차우찬과의 '좌완 전천후 투수 선발 맞대결'은 무산됐지만, 상대가 누구든 물러서지 않겠다는 게 이현호의 생각이다. 물론 겸손함은 잃지 않는다. 그는 3차전을 앞두고 "나도 전천후라면 전천후지만 우찬이 형의 비중이 더 크다. 우찬이 형은 팀에서 믿고 맡기는 투수지만 나는 기대주 정도다"라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래도 맞대결을 하게 된다면 이기고 싶다. 우찬이 형이라서가 아니라 좋은 투수를 만나면 늘 이기고 싶다. 나도 강한 투수들을 상대로도 약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경기에서 선발로 린드블럼(롯데)이나 켈리(SK)와 붙었을 때도 이겼다"는 것이 이현호의 설명이다. 차우찬은 아니지만 피가로도 강한 상대라는 점에서 이현호의 승부욕을 자극하는 것은 똑같다.
평소 자신 있고 긍정적인 성격으로 주위에도 좋은 분위기를 내뿜는 이현호는 마운드 위에서 절대 물러서지 않는다는 각오도 품고 있다. 이현호는 "항상 타자와의 기 싸움에서 밀리지 않으려고 한다. 바깥쪽에 꽉 차게 던져도 잘 맞아서 안타가 되는 것도 있지만 쳐 보라고 가운데에 던져도 밀려서 범타가 되거나 삼진이 나올 수도 있다. 누가 나오더라도 자신 있게 던질 것이다"라고 힘 있게 말했다. 이현호가 피가로까지 꺾고 '외인 에이스 킬러' 명성까지 얻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nic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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