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시즌 막판 부진은 깨끗하게 지워졌다. 포스트시즌에서의 맹활약으로 자신의 이름 석 자를 확실히 각인시켰다. 일본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 오른 이대호(33, 소프트뱅크)에 대한 관심은 이제 다음 시즌 소속팀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대호는 야쿠르트와의 일본시리즈 5경기에서 타율 5할, 2홈런, 8타점의 맹타를 휘두르며 일본시리즈 MVP에 올랐다. 3차전을 제외한 나머지 3경기에서 모두 맹활약하며 팀 4번 타자 우치카와 세이치가 빠진 소프트뱅크의 타선을 이끌었다. 소프트뱅크는 이대호의 활약, 그리고 압도적인 높이를 자랑한 선발진의 맹위를 앞세워 시리즈 전적 4승1패로 2년 연속 일본 정상에 올랐다.
KBO 리그 시절, 그리고 오릭스 시절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던 이대호는 소프트뱅크 이적 이후 2년 연속 우승 반지를 끼며 환호했다. 개인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을 법한 2년이었다. 그리고 이제는 선택의 기로에 선다. 이대호는 2014년 시즌을 앞두고 소프트뱅크와 2+1년의 계약을 맺었다. 2년은 보장이며, 1년은 옵션이다. 옵션 행사 여부는 이대호가 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막 일본시리즈가 끝난 만큼 아직 구체적인 이야기가 나올 단계는 아니다. 게다가 이대호는 오는 11월 8일부터 시작될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주최 ‘프리미어12’에 한국 대표팀의 일원으로 참가한다. 평소 같았으면 휴식 및 계약에 신경을 써야 할 시기지만 올해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거취 결정이 다소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11월 내내 이대호의 차기 행선지가 관심을 모을 수도 있다.
크게 따지면 이대호의 선택지는 네 가지 정도다. 첫째는 소프트뱅크와의 옵션 계약에 따라 1년 더 남는 것이다. 이대호가 옵션을 선택할 경우 내년 연봉은 약 5억 엔(약 47억4000만 원) 정도로 추산된다. 리그 최정상급 연봉이다. 때문에 ‘일본 내 이적’이라는 두 번째 선택지는 큰 가능성이 없다는 평가다. 한 에이전트는 “5억 엔을 줄 만한 팀은 현재 상황에서 일본 내에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라고 평가했다.
세 번째는 가능성을 내비친 메이저리그(MLB) 도전이다. 나이를 고려했을 때 이번이 사실상 마지막 기회다. 포지션에 따른 불리함은 있지만 이대호 측도 이 가능성을 전혀 배제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네 번째는 국내 복귀다. 이대호는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을 얻어 일본에 진출했다. 국내 어느 팀과도 계약이 가능한데 원소속팀 롯데가 이대호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대호 또한 언젠가는 KBO 리그로 돌아간다는 생각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소프트뱅크는 올해로 FA 계약이 끝나는 주축 타자 마쓰다 노부히로와의 계약이 최우선이다. 이대호의 경우는 선택의 문제이지, 새로운 계약의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일본도 일본시리즈가 종료된 만큼 조만간 FA 선수들의 계약이 시작된다. 자연히 이대호의 거취 여부도 화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대호의 선택이 관심을 모은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