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방망이를 뽐내고 있는 이대호(33, 소프트뱅크)의 활약에 소속팀만 웃은 것은 아니다. 이제는 야구 대표팀이 웃을 차례다. 대표팀 부동의 중심타자인 이대호의 상승세는 마운드 악재로 신음하는 대표팀의 한줄기 빛이 될 수 있다.
이대호는 29일 끝난 일본시리즈에서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될 정도의 맹활약을 펼쳤다. 2차전과 5차전에서 결승 2점 홈런을 때려내는 등 5경기에서 타율 5할, 2홈런, 8타점의 사실상 원맨쇼를 펼치며 팀의 일본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동료들에게 공을 돌린 이대호였지만 일본시리즈를 지배한 방망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이런 이대호의 활약을 반길 만한 이가 있으니 바로 김인식 야구 대표팀 감독이다. 이대호는 오는 11월 8일부터 일본과 대만에서 열릴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주최 ‘프리미어12’의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려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대호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이후 대표팀 부동의 중심타자로 활약했다. 그런 이대호의 컨디션이 좋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든 대표팀에 해가 되지 않는다.

가뜩이나 악재가 많은 대표팀이다. 대개 마운드에 집중되어 있다. 윤석민 양현종(이상 KIA) 오승환(한신)이라는 대표팀 핵심 투수들이 부상으로 최종 엔트리 명단에서 제외됐다. 설상가상으로 대표팀에 차출됐던 삼성 출신 3명의 투수들이 최근 불거진 도박 스캔들로 낙마하며 마운드 전력이 더 헐거워졌다. 이 6명의 선수들은 대표팀에서 중책을 맡아야 할 이들이었다. 대체 선수들을 뽑기는 했지만 ‘역대 최약체’라는 평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나 김 감독은 “타선 쪽은 상대적으로 누수가 덜하다. 기대를 할 만하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메이저리그 소속인 강정호와 추신수를 제외하면 나머지 선수들은 정상적으로 이번 대회에 출전할 수 있다. 마운드 약세를 방망이로 만회해야 하는 대표팀으로서는 이대호가 뜨거운 감을 가지고 이번 대회에 출전해주길 바라고 있다.
한편으로는 일본시리즈 일정이 5차전에서 마무리됨에 따라 대회를 준비할 수 있는 여유도 조금 더 생겼다. 일본시리즈는 최종전까지 갈 경우 11월 2일에 끝났다. 휴식일을 고려하면 사실상 8일 개막전이 열릴 삿포로로 곧장 합류해야 할 판이었다. 그러나 조기 합류에 대한 가능성도 열리게 됐다. 김인식 감독은 “이대호의 합류 시점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라고 이야기했지만 되도록 빠른 합류를 바라고 있음은 분명하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