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은(31, 두산 베어스)이 가장 중요한 순간 팀이 원하는 최고의 피칭을 선보였다. 이제 우승까지 단 1승만 남았다.
노경은은 3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한국시리즈 4차전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 팀의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해 5⅔이닝 2피안타 5탈삼진 1볼넷 무실점했다. 선발 이현호가 빨리 물러난 두산은 노경은이 중반까지 마운드를 지탱하며 경기를 풀어 나갔고, 4-3으로 승리해 3승 1패가 됐다.
그가 등판한 것은 팀이 2-3으로 뒤지던 2회초 2사 1루 상황이었다. 1⅔이닝 4피안타 1탈삼진 2볼넷 3실점하고 조기 강판된 선발 이현호를 대신해 이른 시점에 마운드에 오른 노경은은 배영섭 타석에서 2루 도루를 시도하던 구자욱을 잡아내 이닝을 끝냈다.

그리고 3회초부터 3이닝 동안 탈삼진 3개를 곁들이며 9타자 연속 범타로 3이닝을 깔끔하게 정리했다. 5회초까지 외야 페어지역으로 간 타구는 5회초 2사 구자욱의 중견수 플라이밖에 없었다. 타선이 4회말과 5회말 각각 1점씩을 뽑아 지고 있을 때 나온 노경은은 어느덧 승리 요건을 갖췄다.
6회초 선두 배영섭에게 3루 방면 내야안타를 허용해 퍼펙트 행진은 깨졌지만, 그는 계속해서 위력적인 공을 던지며 7회초까지 무실점으로 넘겼다. 8회초 1사 1루에 야마이코 나바로에게 좌측 폴대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큼지막한 파울 타구를 맞은 뒤 내려갔는데, 이현승이 실점 없이 이닝을 끝내 그의 실점은 발생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현승이 9회초까지 막아 노경은은 승리투수가 됐다.
노경은은 기본적으로 뛰어난 구위를 갖추고 있다. 항상 제구, 그리고 위기 상황에서 흔들리는 부분이 문제가 됐을 뿐이다. 그러나 공이 스트라이크 존으로 들어오자 삼성 타자들은 그의 공을 쉽게 공략하지 못했다. 구위에 눌리면서 타구들은 내야수 앞으로 힘 없이 굴러가는 경우가 많았다.
이날 92구를 던진 노경은은 최고 148km까지 나온 포심 패스트볼을 바탕으로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했다. 주 무기인 고속 슬라이더도 최고 142km가 찍혔고, 타자들의 헛스윙을 유도하는 포크볼도 낮게 잘 떨어진 편이었다. 여기에 가끔씩 섞은 커브도 효과적이었다.
그야말로 시즌 최고의 투구였다. 지난 9월 25일 잠실 kt전에서 86개의 공을 던지며 5⅓이닝 1실점했던 노경은은 정규시즌에 기록했던 한 경기 최다 이닝과 최다 투구 수를 넘어섰다. 그러면서 단 한 점도 내주지 않았다. 승리가 따라온 것은 당연했다. 시즌 내내 정신적으로 힘들었을 노경은도 모든 것을 훌훌 털어낼 수 있었던 소중한 하루였다. /nick@osen.co.kr
[사진] 잠실=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