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플레이오프부터 이어지는 일정에 지칠 법도 한 시기다. 그러나 두산의 패기는 갑자기 불어 닥친 추운 날씨에도 끄떡없을 정도로 타오르고 있다. 그 중심에는 1990년생 동갑내기인 정수빈과 허경민이 있다.
정수빈과 허경민은 3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테이블세터로 동반 선발 출장했다. 1·3차전에 이어 세 번째로 결성하는 호흡. 그리고 두 선수는 김태형 두산 감독의 믿음에 100% 부응했다. 정수빈은 4타수 2안타 2득점, 허경민은 4타수 2안타 1득점을 기록하며 합계 4안타로 공격의 활로를 뚫었다. 득점 상황에 두 번이나 관여한 두 선수는 팀의 4-3 승리를 이끌며 활짝 웃었다.
김태형 감독이 두 선수를 테이블세터에 배치한 의도는 분명했다. 좋은 타격감을 이어가고 있는 두 선수에게 삼성 마운드 공략의 선봉장 임무를 맡긴 것이다. 발이 빠른 정수빈, 그리고 포스트시즌 들어 절정의 이어가고 있을 뿐 아니라 작전수행능력도 좋은 허경민을 앞세웠다. 이런 저런 작전보다는 힘으로 삼성 마운드를 돌파하겠다는 포석이었다.

실제 정수빈은 한국시리즈 2경기에서 타율 6할을 기록 중이었다. 3개의 안타 중 2개가 2루타였다. 전날(29일)까지 포스트시즌에서만 21개의 안타를 치며 역대 타이기록을 세운 허경민은 한국시리즈 들어서도 타율 6할3푼6리의 맹타를 휘두르고 있었다. 두산 타자들 중 가장 감이 좋은 듀오였다. 그리고 두 선수는 최근의 기세를 이어가며 팬들을 열광시켰다. 호흡도 척척 맞았다.
1회부터 두 선수가 돌파구를 열었다. 선두 정수빈이 좌전안타로 출루했다. 이어 타석에 들어선 허경민은 번트 모션으로 삼성 수비진을 흔든 뒤 결국 타격, 유격수 방면 내야안타를 만들어내 단번에 무사 1,2루를 만들었다. 두 선수가 뚫은 길은 민병헌의 희생번트, 그리고 김현수의 1루 땅볼 때 나온 구자욱의 실책으로 2점에 연결됐다. 초반 기선을 제압하는 점수였다.
3회 범타로 물러난 두 선수는 3-3으로 맞선 5회에는 역전을 합작했다. 2사 후 정수빈이 우중간 안타로 불씨를 살렸고 이어 타석에 들어선 허경민이 다시 우중간 안타를 터뜨렸다. 2사 후 이 안타 2개는 삼성 선발 알프레도 피가로를 강판시키기에 이르렀고 결국 민병헌의 적시타 때 역전으로 연결됐다. 2사 후 두 선수의 집중력이 아니었다면 없을 점수였다. 그리고 이 점수는 두산의 승리에 결정적인 한 방으로 남았다. /skullboy@osen.co.kr
[사진] 잠실=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