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마운드·수비·주루 등 여러 방면에서 리그 정상을 자랑한 삼성이 대다수의 부분에서 꼬이고 있다. 그 결과 한국시리즈 흐름이 어렵게 흘러가고 있다. 특히 고비 때마다 실수가 나온 수비는 결과적으로 2연패의 원흉이 됐다.
삼성은 3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경기 초반 잡은 리드를 지켜내지 못한 끝에 3-4로 역전패했다. 1차전에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유리한 고지를 밟았던 삼성은 2차전부터 4차전까지 세 판을 내리 내주며 이제 막다른 골목에 몰렸다. 1경기에서 더 지면 통합 5연패가 좌절된다.
여러 악재가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선발 알프레도 피가로는 다시 5이닝을 채우지 못했다. 1차전보다야 나았지만 전반적으로 벤치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투구였다. 여기에 타선도 2차전부터 시작된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날 상대적으로 무게감이 떨어지는 선발 이현호는 비교적 잘 공략했지만 두 번째 투수 노경은을 돌파하지 못하고 발걸음이 급하게 무거워졌다.

여기에 버텨야 할 수비도 문제였다. 전날(29일) 3차전에서 나바로의 아쉬운 플레이로 추격의 동력을 잃은 삼성 수비는 이날도 초반부터 흔들렸다. 1회 2실점 중 적어도 1실점은 실책이 빌미가 됐다. 삼성은 1사 2,3루에서 김현수의 날카로운 타구를 1루수 구자욱이 넘어지며 잘 잡아냈다. 1루 베이스를 글러브로 찍은 것까지는 좋았다. 호수비였다.
그러나 그 다음이 문제였다. 무리하게 홈으로 던진다는 것이 악송구가 나며 3루 주자 정수빈은 물론 2루 주자 허경민까지 홈을 밟는 최악의 상황으로 이어졌다. 어차피 3루 주자는 이미 홈에 거의 도달했던 상황. 경기 초반임을 고려하면 무리하지 않는 편이 나았다. 그러나 아직 경험이 부족한 구자욱은 의욕이 앞섰고 결국 고개를 숙였다. 1점은 내주지 않아도 될 수 있었다.
3-3으로 맞선 5회에도 아쉬운 수비가 나왔다. 삼성은 2사를 잘 잡은 피가로가 정수빈 허경민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2사 1,2루에 몰렸다. 여기서 삼성은 ‘필승카드’인 차우찬을 투입해 위기를 진화하려 했다. 그리고 민병헌의 잘 맞은 타구가 3루수 박석민의 정면으로 향하며 실점 없이 이닝을 넘기는 듯 했다. 하지만 타구는 포구 위치를 잘 잡지 못한 박석민의 글러를 맞고 튕기며 좌익수 앞으로 굴러갔고 2루 주자 정수빈은 빠른 발로 홈을 쓸었다.
강한 타구이긴 했다. 그러나 박석민의 수비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타구였다. 점프를 크게 해야 할 상황도 아니었다. 박석민의 수비력을 고려하면 직선타로 처리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박석민도 몸이 가볍지는 않았다. 1회 1점, 5회 1점 등 2실점은 마운드보다는 수비의 패착이었다. /skullboy@osen.co.kr
[사진] 잠실=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