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볼 1스트라이크, 투수교체. 쉽게 볼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그럼에도 두산 베어스 김태형 감독은 한국시리즈에서 4경기를 치르는 동안 2번이나 보여줬다.
1차전 승부처는 7회말이었다. 두산이 8-4로 앞선 가운데 삼성은 7회말 야마이코 나바로의 스리런 홈런으로 1점 차까지 따라갔다. 이후 2사 1루가 됐고, 채태인 타석에서 김태형 감독은 잘 던지고있던 노경은을 볼카운트 1볼 1스트라이크에서 이현승으로 교체했다. 이례적인 사건이었다.
결과적으로 이 교체는 실패로 돌아갔다. 이현승은 2사 1루에서 채태인에게 안타를 맞고, 폭투로 2,3루에 주자를 보냈다. 이지영으로부터 투수 앞 땅볼을 유도했지만, 1루에 악송구를 하면서 역전을 허용하고 말았다.

이후 두산은 2,3차전을 잡아내며 분위기를 바꿨다. 그리고 3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4차전, 두산은 7회까지 4-3으로 앞섰다. 8회초 두산 투수 노경은은 1사 후 배영섭에게 볼넷을 내줬다. 그리고 다음 타자 나바로에게 1볼에서 대형 파울홈런을 맞았다. 마지막 순간 타구가 좌측 폴대 바깥으로 휘어 나갔다. 삼성 벤치에서 비디오판독을 요청했지만 두산에 여전히 승리의 여신이 머물러 있었다.
여기서 두산 벤치는 움직였다. 이번에도 볼카운트 1볼 1스트라이크에서 노경은을 빼고 이현승을 냈다. 4일 전과 같은 볼카운트에서 실패했던 투수교체를 반복했다. 성공했다면 뚝심이, 실패했다면 무모한 선택이라는 평가가 뒤따를 수밖에 없었다. 베테랑 감독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노련한 노림수였다.
다만 상황은 조금 달랐다. 1차전 당시에는 노경은이 한 타자만 상대했었지만 4차전은 2회 2사 후 등판해 5⅔이닝을 소화했었다. 게다가 투구수는 92개로 힘이 떨어질 상황이었다. 노경은은 5⅔이닝 2피안타 무실점, 눈부신 호투를 하고 이번에는 편하게 이현승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그리고 이현승은 힘있는 공으로 나바로를 우익수 뜬공, 최형우를 내야땅볼로 처리하면서 1점 차 리드를 지켰고 9회까지 삼성 타선을 봉쇄해 4-3 승리를 이끌었다.
올해 처음으로 지휘봉을 잡은 두산 김태형 감독은 시즌 중에도 초보감독이라고는 볼 수 없는 과감함과 뚝심을 보여줬다. 그리고 이번 포스트시즌에서도 이러한 성향은 조금도 바뀌지 않았고, 결과까지 좋다. 3승 1패, 이제 두산은 14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1승 만을 남겨두게 됐다. /cleanupp@osen.co.kr
[사진] 잠실=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