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외야수 민병헌(28)이 못하는 것 없는 만능 3번의 힘을 보여줬다. 승부처에서 삼성 에이스 차우찬에게 일격을 가하며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다.
민병헌은 3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삼성과 한국시리즈(KS) 4차전에 3번 중견수로 선발출장, 2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으로 활약했다. 유일한 타점은 바로 5회 차우찬을 상대로 터뜨린 결승 적시 2루타로 두산의 4-3 승리와 직결됐다. KS 4경기 타율 5할의 불방망이다.
민병헌은 1회 무사 1·2루 찬스에서 타석에 들어섰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민병헌에게 보내기 번트 사인을 냈다. 민병헌은 침착하게 3루 쪽으로 희생번트를 성공시키며 2·3루로 주자를 진루시켰다. 삼성 1루수 구자욱의 송구 실책에 2명의 주자 모두 홈을 밟으며 기선제압에 힘을 보탰다.

첫 타석에서 작전 수행에 충실한 민병헌은 4회 선두타자로 나와 리드오프의 역할을 했다. 알프레도 피가로와 8구 풀카운트 승부 끝에 중견수 앞 안타를 치고 나가며 포문을 열었다. 김현수의 우전 안타에 3루까지 진루한 민병헌의 양의지의 병살 때 홈을 밟으며 3-3 동점 득점을 올렸다.

결정적 상황은 5회 이후부터. 5회 2사 1·2루 찬스에서 삼성은 선발 피가로 대신 차우찬을 투입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민병헌은 차우찬의 3구째 몸쪽 슬라이더를 받아쳐 3루 쪽으로 라인드라이브를 날렸다. 삼성 3루수 박석민의 글러브에 맞은 타구는 좌측으로 굴절되는 안타가 됐다. 그 사이 2루 주자 정수빈이 홈으로 들어와 4-3 역전에 성공했고, 민병헌은 상대 수비 빈틈을 놓치지 않고 2루타로 장식했다.
여세를 몰아 8회에도 민병헌은 차우찬의 2구째 느린 커브를 가볍게 밀어쳐 우중간 떨어지는 안타로 연결했다. 이어 1루에서 리드 폭을 길게 가져가며 차우찬의 신경을 건드린 민병헌은 기어이 투수 보크를 유발하며 2루까지 진루했다. 차우찬의 바운드 공에 무리하게 3루까지 파고들다 아웃된 게 옥에 티였지만 그만큼 적극적으로 달려들었다.
이날 4차전에서 민병헌은 희생번트, 리드오프로서 출루, 승부처에서 결정적 한 방, 주자로서 투수 괴롭히기까지 못하는 것 없는 만능 3번의 힘을 보여줬다. 1~2번 테이블세터 정수빈과 허경민에 이어 3번 민병헌까지 상위타선이 삼성 마운드를 끊임없이 압박하며 시리즈 파죽의 3연승을 이끌었다.
이날까지 민병헌은 KS 4경기 14타수 7안타 타율 5할 5타점으로 불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2개의 희생번트까지 더해 팀에서 필요로 하는 것을 충족시키고 있다. 아울러 차우찬 상대로만 2안타를 터뜨리며 저격수로 기세를 높였다. /waw@osen.co.kr
[사진] 잠실=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