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투수교체가 승부를 갈랐다. 두산 베어스 김태형 감독이 삼성 라이온즈 류중일 감독보다 빠르게 움직이며 대권탈환을 눈앞에 뒀다.
두산은 3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삼성과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4-3으로 신승, 시리즈 전적 3승 1패를 만들었다. 이로써 두산은 1승만 더하면 14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다.
이날 경기에선 양 팀 감독 모두 선발투수 1+1 전략으로 마운드를 운용했다. 두산은 경험이 신예 좌투수 이현호 뒤에 노경은을, 삼성은 정규시즌의 구위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피가로 뒤에 차우찬을 대기시켰다. 첫 번째 선발투수가 흔들릴 경우, 즉시 두 번째 투수를 올릴 계획을 세운 것이다.

그런데 교체 타이밍에서 김태형 감독이 더 과감하고 정확했다. 김태형 감독은 2회초 이현호가 제구불안으로 흔들리고 구자욱에게 역전 적시타를 맞자 이현호를 조기강판, 노경은을 마운드에 올렸다. 예상보다 일찍 마운드에 오른 노경은은 올 시즌 최고 투구를 펼쳤다. 2012시즌과 2013시즌 2년 연속 10승 이상을 올린 에이스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 8회초 아웃카운트 1개를 잡을 때까지 실점하지 않았다.
노경은을 이현승으로 바꾸는 과정도 인상적이었다. 노경은이 8회초 나바로에게 파울폴을 약간 벗어나는 홈런성 파울을 맞자, 곧바로 이현승을 올렸다. 이현승은 9회초까지 아웃카운트 5개를 잡아내며 이번에도 철옹성을 쌓았다. 9회초 1사 만루 위기를 극복, 포스트시즌 내내 터프세이브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류중일 감독은 피가로를 길게 끌고 가려다 역전을 허용했다. 1회말부터 2점을 내준 피가로는 4회말과 5회말 정타를 맞았고, 류 감독은 5회말 2사 1, 2루 위기에서 피가로를 내리고 차우찬을 올렸다. 그러나 차우찬은 민병헌에게 결승타를 내줬다.
삼성 입장에선 피가로의 교체 타이밍이 조금 빨랐으면 하면 아쉬움이 남을 만하다. 무엇보다 삼성은 이날 경기를 내주면 궁지에 몰린다. 차우찬 또한 1차전 이후 등판하지 않았다. 차우찬에게 5회부터 맡겼다면, 아니 아무리 늦어도 피가로가 정수빈에게 안타를 맞았을 때 바로 차우찬을 올렸다면, 허경민과 민병헌까지 3연속 안타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김태형 감독은 이번 포스트시즌 내내 과감한 투수교체로 마술을 보여주고 있다. 정규시즌 때는 규칙적으로 마운드를 운용했는데, 포스트시즌에선 어느 감독보다 파격적으로 투수를 쓰고 있다. 니퍼트를 3일 휴식 후 등판시키거나, 이현승에게 3이닝을 맡기는 등, 김 감독의 변칙적인 마운드 운용이 곧 필승공식이 됐다.
류중일 감독 또한 한국시리즈 4연패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변칙 운용을 사용했다. 지난 4년 동안 투수진 가용 자원이 다양했던 만큼, 선발투수 1+1 전략으로 재미를 봤다. 하지만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최악의 악재가 터졌고, 주축 투수 3명이 한국시리즈 엔트리서 제외, 마운드 물량공세는 힘들어진 상태다.
이제 류 감독은 살얼음판을 걷는다. 류 감독이 벼랑 끝에서 묘수를 짜낼지, 아니면 니퍼트와 장원준 카드를 남겨둔 김태형 감독이 이대로 기적에 마침표를 찍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 drjose7@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