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사람들] '어머니 마음으로' 두산 김민수 트레이너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5.10.31 05: 56

포스트시즌에 참가하는 팀은 선수뿐만 아니라 트레이너의 몫도 중요하다. 특히 올해 두산 베어스는 더욱 그렇다. 준플레이오프부터 플레이오프를 거쳐 한국시리즈까지 올라가 뛰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트레이너들도 동시에 바빠졌다. 두산 1군에 있는 세 명의 트레이너 중 하나인 김민수 트레이너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144경기가 처음이라 선수단이나 코칭스태프 모두 힘들었고, 우리도 힘들었다. 그래도 여기까지 올라온 것에 정말 감사한 마음뿐이다"라고 말했다.
김 씨는 2009년부터 트레이너로 활동했다. 두산에 들어오게 된 것은 지난 2012년이다. 한 번 경험해본 준우승의 아쉬움을 아는 김 씨는 우승을 꿈꾸고 있다. "2013년에 처음 1군에 왔을 때 한국시리즈에서 역전패해서 너무 아쉬웠는데, 이번에 우승 욕심이 안 난다면 거짓말일 것이다"라는 게 김 씨의 설명이다.

우승을 위해서는 트레이너들이 선수들의 상태를 살피고 정상이 아닌 선수라면 빠른 회복을 위해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김 씨는 "포스트시즌만 하더라도 양의지 선수와 정수빈 선수의 부상이 있었다. 그러면서 트레이너들이 한 발 더 뛰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말한다. 이들은 현재도 100% 상태와는 거리가 멀다. 또한 다른 선수들도 잔부상이 많아 그를 비롯한 세 명의 트레이너들은 촉각을 곤두세워야만 하는 시기다.
큰 부상을 당한 선수가 있으면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는 것도 트레이너들의 몫이다. 5월에 시즌아웃된 김강률은 주요 관리대상 중 하나다. 김 씨는 "(김강률이) 대구에서 다친 뒤에 바로 병원에 가 검진을 받았는데, 당시엔 빨리 수술을 받고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이후 부상 정도를 파악하고 지속적인 체크를 하는 것이 중요했다"고 이야기했다.
이들은 김강률이 부상 부위만 좋아지면 바로 던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 김 씨는 "부상을 당한 아킬레스건만 신경 쓰는 것이 아니라 팔꿈치나 어깨도 강화해서 빠른 회복을 가능하게 하는 동시에 복귀했을 때 곧바로 경기에 나갈 수 있는 상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트레이너들은 항상 선수를 향해 조언을 해주는 존재다. "(김강률이) 다쳤던 날에도 위로를 많이 해줬고, 가끔 잠실에 오는 날에도 많은 이야기를 한다. 재활 단계를 밟아 가는 데 있어 여러 고비들이 있을 것이라는 조언을 해줬다"는 김 씨는 "항상 선수들이 깜빡하고 있는 것들을 말해주기 위해 노력하고, 가능하면 쉬운 말로 설명해주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언제나 치료보다 더 좋은 것은 예방인데, 일반적으로 선수들은 경기에 뛰기 위해 아프다는 사실을 숨기는 일도 자주 있다. 그래서 트레이너들은 선수들의 작은 행동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 노력한다. 김 씨는 "의학적 증상이 나타날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운동을 멈춰야 할 것 같다는 느낌이 보이면 트레이닝 하던 것을 조금 바꿔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먼저 제안을 한다. 정상적으로 걷던 선수가 팔자걸음을 하거나, 혹시 조금 절뚝이지는 않는지 평소에도 미세한 움직임까지 관찰한다. 우리가 긴장의 끈을 놓으면 안 되기 때문에 항상 집중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다 보니 정작 자신들의 건강은 뒷전이 되기도 한다. "모든 트레이너들은 선수들에 집중하다 보니 본인이 감기가 걸리거나 다쳐도 알아서 처리해야 한다. 일에 구멍이 나지 않고 프로페셔널하게 하기 위해 스스로 약을 챙겨 먹고, 가끔 우리끼리 맥주도 한 잔 하면서 좋은 이야기를 한다"며 김 씨는 웃었다. 나보다 선수가 먼저인 것은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가장 놀랄 때는 역시 순간적으로 부상이 일어날 때다. 시즌 중 언제 가장 아찔했는지 묻자 그는 "시범경기 때 이현승 선수가 타구에 손가락을 맞았을 때,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노경은 선수가 얼굴에 공을 맞았을 때가 가장 아찔했다. 선수생명과도 직결된 일이라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선수가 경기에 나가면 트레이너들은 어머니같은 마음으로 본다. 그래서 가끔 억장이 무너진다. 선수들이 아파하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다"는 게 김 씨의 생각.
김 씨는 자신이 가장 안타까워했던 장면들 속에 있는 두 투수들에게 격려를 전하는 것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개인적으로 지난해부터 노경은 선수가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는데 잘 됐으면 좋겠다. 후반기 들어 좋아진 만큼 계속 좋은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 그리고 투수조장이면서 우리 팀의 수호신인 이현승 선수한테도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손가락을 다치고 나서 많이 힘들어했는데, 이제 얼마 안 남았으니 투수조장이자 수호신으로서 힘을 내줬으면 좋겠다"고 간절함을 표현했다.
트레이너의 마음이 전달된 것일까. 인터뷰를 하고 3시간 정도 뒤에 시작된 4차전에서 노경은은 5⅔이닝 2피안타 5탈삼진 2볼넷 무실점해 승리투수가 됐고, 이현승도 1⅔이닝 3피안타 무실점해 세이브를 따냈다. 4-3으로 승리한 두산은 대망의 우승에 단 1승만을 남겼다. /nick@osen.co.kr
[사진] 두산 베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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