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은 1승이면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지을 수 있다. 삼성의 1패는 곧 통합 5연패 좌절을 의미하는 것과 다름 아니다. 운명의 한국시리즈 5차전의 날이 밝은 가운데 그간 부진했던 선수들의 ‘부활’이 시리즈의 명운을 쥐고 있다.
2~4차전을 내리 잡으며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1승을 남겨둔 두산은 31일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5차전을 통해 조기 우승을 확정짓겠다는 속내다. 김태형 두산 감독도 상황에 따라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를 불펜에서 출격시켜 끝장을 보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반면 벼랑 끝에 선 삼성은 자원을 아껴둘 여유가 없다. 선발 장원삼을 비롯한 투수 총동원령이 내려졌다. 양보할 수 없는 한 판 승부가 전망된다.
키 플레이어들은 분명하다. 두산은 5차전 선발로 예고된 유희관이다. 두산은 4차전에서 우완 셋업맨인 노경은이 일찍 무너진 이현호를 구원해 5⅔이닝 동안 92개의 공을 던졌다. 사실상의 선발 임무를 해 5차전에는 출격이 어렵다. ‘수호신’ 이현승은 3·4차전에서 합계 3이닝, 46개의 공을 던졌다. 플레이오프 당시처럼 경기 막판 2~3이닝을 맡기기는 어렵다. 니퍼트가 대기하고 있는 만큼 적어도 유희관이 6이닝은 끌어줘야 승리 가능성이 높아진다.

삼성은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4번 최형우를 비롯한 중심타자들이다. 삼성은 1차전에서 9점을 내며 극적인 역전승에 성공한 뒤 방망이가 차갑게 식었다. 2~4차전 점수 총합은 5점에 불과했다. 정규시즌 팀 타율 1위 팀에 어울리지 않는 파괴력이다. 팀 타율이 2할5푼2리로 그렇게 나쁜 것은 아니지만 고비 때마다 한 방이 나오지 않으며 답답한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류중일 감독도 “터질 때 터져야 한다”라며 타자들의 각성을 바라고 있다.
이를 종합하면 5차전은 유희관과 삼성 중심타자들의 대결이라고 할 만하다. 문제는 반등이 가능하느냐는 것. 유희관은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성적이 좋은 편은 아니다. 시즌 막판부터 이어진 구위 저하가 포스트시즌까지 덮쳤다.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에 1경기씩 등판해 모두 조기강판됐던 유희관은 1차전 선발로 나섰으나 6이닝 동안 안타 8개를 맞으며 5실점했다. 그렇게 좋은 투구 내용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삼성 중심타자들은 약속이나 한듯 부진이다. 팀 타선의 폭발력이 떨어지는 결정적인 원인이다. 부동의 4번 타자인 최형우의 타율은 1할1푼8리까지 처져 있다. 3차전에서 장타를 터뜨리며 살아나는 듯 했지만 4차전에서는 다시 침묵했다. 나머지 선수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대개 3~6번에 포진되는 채태인(.154) 나바로(.200) 박석민(.214)이 모두 부진하다. 상위타선이 활화산처럼 타오르고 있는 두산과 대비된다.
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이다. 지금부터가 더 중요하다. 유희관이 5차전에서 좋은 투구를 선보이며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다면 지난 부진은 모두 잊힐 수 있다. 삼성 타자들도 마찬가지다. 타격에는 사이클이 있는 만큼 한 번 기운을 차려 계기를 마련한다면 6~7차전 승부도 해볼 만할 수 있다. 어느 쪽이 먼저 부활하느냐. 5차전의 주요 관전 포인트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