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부었지만 괜찮아요"
4차전을 앞두고 허경민(25, 두산 베어스)은 평소와 다름 없이 말했다. 그리고 똑같이 나와서 안타를 쳤다.
허경민은 지난 3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한국시리즈 4차전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서 4타수 2안타로 활약해 팀의 4-3 승리를 이끌었다. 특히 1회말에 유격수 김상수의 글러브를 맞고 굴절되는 안타로 단일 포스트시즌 최다안타 신기록(22개)을 세우기도 했다.

이제 이번 포스트시즌에 허경민이 쳐낸 안타는 23개가 됐다. 당분간 깨기 쉽지 않은 기록이다. 준플레이오프에서 5할3푼3리(15타수 8안타)였던 그의 타율은 플레이오프에서도 3할(20타수 6안타)로 준수했다. 한국시리즈에 와서는 6할(15타수 9안타)로 가장 뜨겁다. 어떤 투수가 등판해도 말릴 수 없다.
경기를 마친 허경민은 대기록을 달성한 것에 대해 "이런 기록이 실감이 나지 않는다. 주위에서 많은 관심을 가져주신 덕분에 기록을 달성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남은 경기에 짐을 덜고 임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고 덧붙였다.
3차전에 자신이 친 파울 타구에 발등에 맞고 통증을 호소하는 장면이 눈에 띄어 몸 상태가 어떤지도 관심사였는데, 공수에서 펄펄 날며 이상이 없음을 증명했다. 경기 전 허경민은 "아침에 일어나 약간 부었지만 경기를 뛰는 것은 문제 없다"고 밝혔다.
수비에서도 제 몫을 해내고 있다. 2회초 송구 실책이 나오기는 했지만 4-3으로 앞서던 9회초 1사 만루에서는 기막힌 수비가 나왔다. 김상수 타석에서 나온 3루 방면 땅볼을 잡아 2루쪽을 잠시 쳐다본 허경민은 병살이 어렵다는 것을 느끼자 지체 없이 홈에 던져 선행주자를 잡아 리드를 지켰다. 김태형 감독도 경기 후 "김상수가 발이 빠르니 1점 줬다고 생각했는데 거기서 홈에 던질 줄은 몰랐다"고 놀라움을 숨기지 않았다. 그의 수비 센스가 빛난 장면이었다.
시즌 내내 이어진 허경민의 활약 덕분에 두산은 한국시리즈 우승에 단 1승만 남은 상황이다. 시즌 중 주전으로 도약하며 정규시즌 타율 3할1푼7리로 커리어 하이를 기록한 허경민은 "올해가 나에겐 정말 특별한 한 해가 되고 있는데, 해피엔딩이 됐으면 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그 해피엔딩까지 가는 길도 이제 한 걸음이면 끝이다. /nic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