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외국인 투수 부진에 통합우승 5연패 좌절 위기에 놓였다.
삼성은 지난 30일 두산과 2015 한국시리즈(KS) 4차전에서 3-4로 패했다. 1차전 승리 후 내리 3연패, 벼랑 끝 위기에 내몰렸다. 특히 외국인 투수 알프레도 피가로(31)가 2경기 연속 5회를 채우지 못하고 무너진 것이 뼈아프다. 2001년 KS 준우승 당시 발비노 갈베스의 악몽을 떠올리게 한 것이다.
피가로는 정규시즌에서 안정감 있는 투구로 삼성의 1위에 기여했다. 25경기에서 165이닝을 소화하며 13승7패 평균자책점 3.38을 기록했다. 헤드샷 사구로 자동 퇴장당한 7월22일 대구 KIA전(4⅓이닝)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경기에서 6이닝 이상 꾸준하게 던지며 안정감을 자랑했다.

전반기에만 11승4패를 올리며 평균자책점 3.11로 활약한 피가로는 그러나 후반기 어깨 피로 누적으로 두 번이나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끝에 2승3패 평균자책점 4.08로 다소 부진했다. 그리고 한 해 농사의 결실을 맺어야 할 KS에서도 위력을 잃은 지 오래된 모습이다.
1차전에서 3⅓이닝 10피안타(1피홈런) 2볼넷 2탈삼진 6실점으로 무너지며 조기 강판된 피가로는 2차전에서도 4⅔이닝 7피안타 1볼넷 1탈삼진 4실점(3자책)으로 5회를 버티지 못하며 패전투수가 됐다. 2경기 1패 평균자책점 10.13으로 실망스런 성적이다. 시즌 때 보여준 150km 강속구가 사라지며 위력을 잃었고, 두산 타자들에게 좋은 먹잇감이 되어버렸다.

피가로의 부진은 지난 2001년 삼성에서 뛴 외국인 투수 발비노 갈베스를 떠올리게 한다. 14년 전 갈베스는 5월 대체 선수로 합류한 뒤 KBO리그를 지배했다. 15경기에서 두 번의 완봉승 포함 완투 5번에 10승4패 평균자책점 2.47로 정규시즌 1위에 기여했다.
그러나 시즌 막판 모친의 병환을 이유로 미국으로 잠시 돌아간 것이 무려 45일이나 걸렸고, 입국 연기만 7번 했다. KS를 맞춰 돌아왔으나 실전감각이 떨어진 뒤였다. 당시 두산과 KS 1·4차전에 선발등판했지만 6이닝 10실점 평균자책점 15.00으로 난타 당했다.
삼성은 2001년 무려 13.5경기 차이로 앞선 두산을 만나 KS에서 2승4패로 업셋 당했다. 당시 두산은 3위로 준플레이오프부터 시작한 팀이었다. 공교롭게 올해 역시 삼성은 3위 두산에 정규시즌에는 9경기 차이로 앞섰지만 KS에서 발목 잡히고 있다. 원인과 과정은 달라도 갈베스처럼 KS에서 찾아온 피가로의 부진까지, 삼성으로서는 여러모로 2001년의 악몽을 떠올리게 하고 있다. /waw@osen.co.kr
[사진] 잠실=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