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훈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의 회심의 스리백 카드가 또 한 번 통한의 실패로 막을 내렸다.
FC서울은 31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서 열린 2015 하나은행 FA컵 결승전서 다카하기 요지로, 아드리아노, 몰리나의 연속골에 힘입어 이효균이 1골을 만회하는데 그친 인천을 3-1로 제압하고 우승했다.
이로써 서울은 지난 1998년 FA컵 첫 우승 이후 17년 만에 두 번째 정상에 오르는 쾌거를 올렸다. 서울은 다음 시즌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진출 티켓과 함께 우승 상금 2억 원을 거머쥐었다. 반면 창단 이후 처음으로 결승에 진출했던 인천은 우승 문턱에서 좌절했다.

인천으로서는 성남전 악몽이 떠오른 한 판이었다. 10월 4일은 인천에 잊을 수 없는 날이다. 성남과의 K리그 클래식 33라운드 원정 경기는 한 해 농사를 좌우하는 중대 일전이었다. 인천은 이날 비기기만 하더라도 상위스플릿에 진출할 수 있었다.
김도훈 인천 감독은 수비 일변도의 스리백 카드를 내세웠다. 좌우 윙백이 공격에 가담하지 않는 사실상 파이브백이었다. 82분을 잘 버티던 인천은 남은 8분을 막지 못했다. 후반 37분 황의조에게 통한의 결승골을 내주며 0-1로 석패했다. 제주에 골득실서 밀리며 하위리그로 떨어지는 비운을 맞았다.
김도훈 감독은 성남전서 가동했던 파이브백을 서울전서 그대로 재현했다. 이윤표 요니치 권완규가 수비의 중심을 잡았고, 박대한과 김대경이 좌우 윙백으로 수비를 도왔다. 김 감독으로서도 마치 어쩔 수 없는 선택처럼 보였다. 핵심 미드필더 김원식과 김동석이 계약 조항으로 서울전에 나설 수 없었다. 객관적인 전력 열세에 원정의 어려움까지 겹치며 김 감독과 인천의 소극적인 경기 운영을 불러왔다.
결국 독이 됐다. 인천은 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로 시작과 동시에 깊숙히 라인을 내렸다. 수비적인 경기 운영을 하다 보니 위협적인 찬스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반면 서울은 인천의 공간을 효율적으로 점유하며 주도권을 잡았다. 전반 중반 이후 파상공세를 펼치며 인천의 골문을 지속적으로 노렸다. 결국 전반 33분 윤일록의 패스를 받은 다카하기가 환상적인 드롭 슛으로 0의 균형을 깼다. 오른 발등에 제대로 얹힌 공이 선방쇼를 펼치던 인천 유현 골키퍼의 손을 지나 골네트 상단을 갈랐다.
김도훈 감독과 인천에도 기회는 있었다. 후반 들어 공격적인 선수 교체와 함께 포백으로 전환한 뒤 동점골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후 다시 스리백으로 변화를 준 게 결과적으로 패착이 됐다. 경기 막판 내리 2골을 내주며 무너졌다. FA컵서 이어오던 무실점 행진도 제동이 걸렸다. 32강부터 4강까지 앞선 4경기서 7골 무실점으로 결승에 오르는 쾌거를 이뤘지만 정작 중요한 무대에서 3실점을 내주며 고개를 떨궜다./dolyng@osen.co.kr
[사진] 서울월드컵경기장=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