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탄한 전력이 투혼을 만나 기적을 만들었다. 정규시즌 3위 팀 두산이 준플레이오프부터 한국시리즈까지 이어진 14경기의 드라마를 찍으며 2015년 최정상에 우뚝 섰다. 강인한 정신력으로 뭉친, 두산만이 할 수 있었던 업셋 우승이었다.
두산은 3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선발 유희관의 안정적인 투구와 3회까지만 7점을 낸 타선의 응집력을 묶어 13-2로 크게 이겼다. 1차전 패배 후 4경기를 내리 이기는 기세를 과시한 두산은 2001년 우승 이후 무려 14년 만의 정상 등극 감격을 맛봤다. 정규시즌 3위 팀이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집어삼킨 것은 3번째다. 공교롭게도 마지막 사례도 2001년의 두산이었다. 업셋 전문팀, 미러클 두산의 힘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사실 굉장히 불리한 여건에서 시작된 포스트시즌이었다. 올해부터는 와일드카드 결정전 도입으로 3위 팀에 대한 혜택이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4위 넥센과의 승부부터가 쉽지 않았다. 여기에 정규시즌에서 두산 이상의 힘을 낸 2위 NC, 그리고 통합 5연패에 도전하는 선두 삼성까지 어느 하나도 만만한 팀이 없었다. 그러나 두산은 이 쟁쟁한 틈바구니에서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팀이 됐다.
여기에 플레이오프부터는 외국인 투수인 앤서니 스와잭이 부상으로 이탈했다. 외국인 타자 데이빈슨 로메로 또한 제대로 된 활약을 하지 못해 없는 선수나 마찬가지였다. 오직 더스틴 니퍼트 하나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선수들의 부상도 많았다. 양의지는 파울 타구에 맞아 발가락에 금이 갔고, 정수빈은 번트를 시도하다 손가락을 다쳤다. 모든 선수들이 크고 작은 부상을 안고 있는 악조건이었다. 하지만 두산은 이 모든 것을 이겨냈다.
전력보다는 결국 투지와 집중력이었다.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부터 그랬다. 2승1패로 앞서 있었지만 크게 뒤져 있어 누구나 5차전을 예상했던 경기였다. 6회가 끝난 시점 2-9로 뒤져 있었다. 그러나 두산은 7회 2점, 8회 1점, 9회 6점을 내며 무려 7점의 열세를 뒤집는 괴력을 과시한 끝에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지었다. 준플레이오프 역사상 이런 큰 점수는 뒤집은 팀은 없었다.
플레이오프에서도 3차전까지 1승2패로 뒤지며 벼랑 끝에 몰렸으나 더스틴 니퍼트를 당겨 쓰는 전략이 적중한 끝에 4·5차전을 이기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한국시리즈에서도 1차전에서 충격적인 역전패를 당했으나 끄떡없는 기운을 과시하며 내리 4연승, 끝내 정상에 올랐다. 한시도 편한 상황은 없었지만 선수들의 투지와 집중력, 벤치의 용병술이 한 데 어우러진 쾌거였다. /skullboy@osen.co.kr
[사진] 잠실=백승철 기자 /baik@osen.co.kr
